학생·교수·시민의 희생을 구제하는 것이 속개국회의 급선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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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속개국회에서 복귀의원「그룹」은 일련의 대여공세를 취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이 국회를 이탈하고 정치부재상황이 성립, 지속하는 동안 몇 가지 중대사건이 생겨났는데, 이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소재를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일 협정 비준재심요구를 내세웠고 심야「테러」사건, 학원탄압사건 등에 관해 관계장관을 불러다가 질의를 하고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한다.
복귀의원「그룹」의 이러한 대여공세는 당연한 일이라 하겠지만, 우리가 보는바 속개국회는 당파적 대립을 떠나 우선적으로 다루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데모」사태로 말미암아 희생된 학생·교수·시민의 고통을 당장에 덜어 주도록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한·일 협정비준을 반대하는 중투쟁에 있어서 가장 많이 희생과 고통을 당한 것은「데모」에 앞장섰던 학생들이요, 다음에 피해를 입은 것은 협정에 반대성명을 낸 교수들이요, 또 다음에 고통을 받은 것은 반대투쟁에 가담했던 일부 시민들이다. 이처럼 학생·교수·시민들이 희생과 고통을 당한 것은 한·일 협정이 민족적 이익에 배치된다는 자주적인 판단 밑에 항의투쟁을 전개했었기 때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빈곤의 소산이요, 대의 민주정치의 중추기관인 국회가 여·야의 극한적 대립만을 거듭하여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줄기차게 지속됐던 학생들의「데모」항쟁은 우리 대중사회 욕구불만을 현상타파의 의욕에 불타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대신하여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폭발시킨 것이라 볼 수 있으니 학생들이 가두로 뛰어나와 곤봉과·최루탄세례를 받아가면서「데모」를 벌이게 한데 대한 제 l차적 책임은 여·야 정치인에게 있는 것이요, 그 제 2차적 책임은 우리사회 기성세대전체에 있는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감되고, 혹은 학원에서 축출되었는데 이들을 지도하는 교수가운데 체포되어간 사람이 하나도 없고, 또 소위「야당」을 자처하는 정치인가운데 수감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정치풍토인데, 이점에 대해서는 모든 정치인, 교수 그리고 일반시민이 뼈저리게 반성해야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서라도 비준을 막겠다』고 하여 원외 대중을 선동하던「여당인사」들이 비준을 막지도 목하고 국민에 대하여 공공연한 배신을 하면서 원내에 복귀함으로써 국회가 외견상이나마 정당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오늘, 또 그렇게 해서라도 대의정치의 형해라도 붙잡아두지 않으면 안될 기막힌 정치상황하, 한·일 협정비준반대에 앞장섰던 이유만으로써 학생이 체포·구금되고 학교에서 강제 축출 당했으며 또 몇몇 교수가「정치교수」라는 이름 밑에 학원에서 축출 당했는데 이런 사태를 그냥 방임해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볼 수 있다.
지난 8·25사태이후 정부가 취한 가혹한 학문탄압조치는 정국악화의 원인과 책임을 모두 학원에만 돌려버리는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소이요, 그렇게 해 가지고서는 국민의 불평불만이 점점 더 잠세 확대할 따름,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당국은 이런 어리석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과오시정에 대담해야하는 것인데 사태가 일단 평온해진 오늘, 정부는 구속된 학생·시민을 모두 석방하고 축출된 학생·교수를 학원에 복귀시키는데 조금도 인색지 않아야 한다. 정치는 자기네들이 잘못하고 피해는 국민에게만 전가시키는 집권작풍이나 소위「야당」의 투쟁노선은 근본적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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