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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국전의 인선발표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16일부터의 일반공개를 닷새 앞두고 제14회 국전의 수상작품 및 입선작품 5백54점이 어제 발표되었다. 총 출품 1천9백54점의 작품 가운데서 뽑힌 전기 입선작품들은 예년보다 그 수준이 훨씬 높아진 점이 특히 눈에 띄고, 형식보다 내면 세계에 깊이 파고 들어간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총평이다.
우리는 먼저 약관 31세의 몸으로, 더군다나 우리 나라 국전초유로 조각부문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차지한 박종배씨를 비롯한 모든 출품작가들이 온갖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가다운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오늘의 풍족한 결실을 가져온데 대하여 최대의 경의와 축복을 보내고자 한다.
이번 국전에서 특이하다 할 수 있는 점은 첫째로 이 종류의 행사에 으레 뒤따르기로 마련인 심사위원선정에 있어서의 공정성에 대한 뒷공론이 비교적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회화·조각·공예 등 어느 부문 할 것 없이, 무슨무슨 파가 심사위원을 독점하였다느니, 무슨무슨 대학파가「보이코트」를 했다느니 하는 등, 비방 섞인 입방아들이 올해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편에 있어, 당국의 심사위원선정에 있어서의 공정성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 주효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또 한편에 있어서는 이 국전과는 경향을 달리한 작가들이 이제는 국전이 아니고서 라도 제각기 독자적인 개전을 통하여 얼마든지 자기작품의 발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증좌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이것은 우리 나라 예술계의 발전을 위하여 반가운 현상으로서 우리는 이것을 환영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국전자체의 존재가치를 낮게 평가하고자 함이 아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국전은 문자그대로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임에 틀림이 없고, 따라서 이 국전에 의해서 선정되고 대표되는 모든 미술작품이 우리 나라 조형미술정신의 정수를 나타내는 것이어야 된다는 데에는 이론여지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 있어 우리가 마땅히 강조해야 할 점은 그 조형미술정신의 정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가르키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 하겠다.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우리 나라의 국전도 이제는 그 연륜으로 봐서도 그것이 이 나라 미술계의 중후 견실한 경향을 대표하는 좋은 의미에 있어서의 보수적 원총이 되어 줄 것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라의 모든 미술인 들이「추상」이 됐건,「구상」이 됐건, 각기 자기의 경향을 고수하고, 그 길에의 정진을 계속함으로써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해 줄 것을 당부하거니와, 다만 이 국전에 의해서 대표되는 작품만큼은 그들 각「그룹」을 대표하는 중후 견실한 작품들이 모두 망라되어야 하겠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희망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국전이 문자그대로의 국민의 예술제전이 되기 위하여, 당국의 보다 광범한 정책적 뒷받침이 따르기를 기대한다. 불과 며칠동안의 전람회를 마련하고 입선작가들에게 기 1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것만이 능사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 애호국민들이 이 예술의 성전을 함께 자기의 기쁨으로 알고, 그것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전시장소의 마련과 우수작품들에 대한 판매알선에까지 더 한 층의 성의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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