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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신성인을 몸소 보여준 강 대위를 추모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파월을 앞두고 연일 맹훈련에 여념이 없는 맹호부대에서 지난 4일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었던 강재구 대위의 순직사고는 듣는 이로 하여금 벅차 오르는 감격을 금치 못하게 한다. 작보 한바와 같이 이날 상오 10시쯤, 수류탄투척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강 대위는 그 부하인 박 모 2병이 실수로 잘못 만지다가 굴러 떨어져 나간 수류탄이 부하 중대원 전원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위기를 직감하고 몸소 폭발직전의 그 수류탄을 배로 깔아뭉갬으로써 장렬한 전사를 했던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강 대위는 어려운 환경가운데서 각고정려 하여, 정규육사를 제6기로 졸업한 수재였다고 한다. 꽃 같은 그 나이 29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강 대위의 죽음은 우선 인간적인 면에서도 온 겨레의 경애와 애도를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그의 이와 같은 살신성인의 행위가 유별나게 겨레의 가슴을 치는 것은 우리국군의 중견간부에 이와 같은 숭고한 군인정신을 간직한 장교가 엄존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며, 이로써 전국민은 우리 국군에 대한 반석 같은 신뢰감을 더욱 두텁게 하였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솔직이 말해서 최근 군과 관련하여 전해진 일부 불행한 사건들의 연속은 비록 그것이 군 전체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많은 국민의 가슴속에 메울 수 없는 의혹과 불안감을 자아내게 하기에 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적군과 대치해서 싸우는 전투중도 아닌 평소의 훈련장소에서 강 대위가 보여준 그 숭고한 희생정신과 위대한 책임감을 우리 국군의 기강과「모럴」이 다른 어떠한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에 비해서도 결코 손색이 없을 만큼 건재하다는 사실을 실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강 대위가 우리국군의 자랑인 정규육사「코스」를 마친 준재였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 군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 중에 있는 세대교체의 방향이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올바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켜주는 훌륭한 징조라고도 볼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
우리는 몸소 둘도 없는 목숨을 전우애와 바꾼 고 강 대위의 영령에 대해서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애도를 표하고 그 명복을 비는 동시에 그가 남기고 간 역경 속의 유가족들에 대해서 전국민으로부터 뜨거운 구휼의 손이 뻗치기를 간곡히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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