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바꾼 북괴-북평에서「모스크바」로의「스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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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소 이념분쟁에서 중공 편을 들었다고 소련의 눈총을 받아 원조를 끊긴데 앙심을 품고 그동안 바짝 북평에 붙었던 북괴가 최근 또다시 소련에 접근하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거니와 이러한 북괴의 방향전환은「뉴요크·타임즈」나「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뿐만 아니라 AFP통신과「에이시언· 아날리스트」지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작년의 8·15 해방기념 행사를 신문에 1단 정도로 짤막하게 알리는데 그쳤던 소련 공산당이 올해에는 북괴 공산당과 정중한「메시지」를 교환했다는 사실하나만 가지고서도 이들의 유대관계가 다시 가까워졌음을 직감할 수 있다.
소련은 작년에는 평양에 경축 대표단이라곤 한사람도 보내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소련공산당간부회 회원이며 동 중앙위원회서기인「A·N·셸레핀」이란 거물급이 이끄는 사절단을 보냈다.

<거물급 소 사절단>
북괴 관계 논평에 인색했던「프라우다」도 사설로 기념식에 언급하고「모스크바」에서 두 차례 있은 소·북괴회담 보도에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주소·북괴대사 김병직은 지난번『새로운 생활 노선을 건설하는 우리의 투쟁을 정신적으로 지원하고 물질적인 도움을 준 소련인민의 영웅적인 행동』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였는데 1년 전만 해도 그의 입에서 이런 아첨의 말이 나올 것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것이다.「모스크바」와 평양사이에는 이와 같이 따뜻한 인사말이 오간데 비해 중공지도자 들의 8·15 경축인사에는「현대수정주의에 대한 공동투쟁」을 위한 성과라는 판에 박은 구절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음은 북괴에 대한 그들의 관계가 차가와 졌음을 짐작케 한다.

<중공선 굳은 인사>
극동의「알바니아」라고 알려진 북괴에 사절단을 보내지 않은「알바니아」가 지난 8월17일의「인도네시아」독립 기념일보다 북괴의 기념일에 대해서는 별로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중공의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극동의 알바니아>
북괴대사관이 북평에서 베푼「리셉션」에서도 진의 중공외상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난날 북괴노동당의 성공과 지도적인 역할 그리고「현대수정주의에 대한 용감한 투쟁」을 강조해 마지않는 번지래한「메시지」를 곧잘 보내던「알바니아」지도자들은 전보다 눈에 띄게 쌀쌀한 인사말을 보냈다.
공산주의의 제국주의 타도운동에서 친 중공의 주구노릇을 한 북괴를「모스크바」쪽에 기울게 한 계기로는 경제적 요인을 들 수 있겠다.

<소의 원조 아쉬워>
중공업에 중점을 두는 단계가 접근하고 있는 북괴의 61∼67년의 7개년 계획은 소련의 원조중단으로 차질을 겪고 있다.
소련은 북괴가 중·소 분쟁에서 중공 편을 든데 격분하여 62년 원조계획을 중단해 버렸던 것이다. 소련의 단원에 아직도 원한이 남아 있기는 하나 북괴 수요를 채워줄 만한 형편이 못되며 한·일 협정체결로 말미암아 일본과의 무역확장도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중공은 개발도상국가들에 다액의 효과적인 원조를 줄 형편이 못된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북괴가 소련에 기울어진 것은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독자노선을 걸으려는데 그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제약받는「선회」>
북괴는 62년이래 중공의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보다 행동의 자유를 넓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중공에 균형을 이루는 세력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미「루마니아」는 이 전술을 거꾸로 써서 소련으로부터 자립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중공과 보다 긴밀히 제휴하고 있다. 북괴가「모스크바」쪽으로 선회를 한다고 해도 세계에서 보기 드물 만큼「스탈린」식 체제를 갖추고 있는 김일성 집단의 행동에는 중공과의 지리적 관계, 6·25때의 중공의용군의 파견에 대한 은혜 등이 이리 저리 얽혀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루마니아」와 같이 서방측과 경제적인 통로도 터놓은 것이 아니고 중·소 분쟁이 단교 일보 전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북괴가 전연 외면하기에는 제반 여건이 너무나 빈약한 것이다.
그렇다고 북괴가 결정적으로「모스크바」로 기울어질 수 없는 요인으로서는 지리적인 면과 아울러 후진성 때문에 역시 모택동 같은 일인독재체제가 아직은 절대 필요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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