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할부금리 '초저금리속 고금리'

중앙일보

입력

"요즘 금리 연 22%짜리 들어보셨습니까. " 인력 용역회사에 3년째 근무해온 金모(28)씨는 서울 등촌동 중고차 매매단지 내 H상사에서 차를 고른 후 캐피탈사의 중고차 대출 조건에 대해 듣고 "사채보다 비싸겠다" 고 혀를 내둘렀다.

H상사 판매원은 "LG.삼성.현대캐피탈 등 모든 할부금융사가 대출하는데 금리는 연 22%고 대행 수수료가 3%" 라고 한 뒤 "반드시 차량을 담보로 설정해야 한다" 고 말했던 것.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금리가 연 7%대로 떨어진 초저금리 추세 속에서도 제2금융권인 할부금융사들이 취급하는 중고차 할부금리는 연 20%선을 웃돌고 있다.

LG.삼성.현대캐피탈 등은 중고차 구매자에 대해 차량을 담보로 설정하거나 보증인을 세울 경우 보통 5백만~8백만원을 대출하면서 구매자 신용등급에 따라 연 13~22% 금리를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할부금융사와 제휴하고 계약을 대행하는 중고차 매매상사에서는 대부분 연 22%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내 한진상사 관계자는 "고객의 30~40%가 할부로 차를 구입한다" 며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은 연 2조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고 말했다.

중고차 할부는 차 구입대금 중 선수금(계약금) 10% 정도를 제외한 잔액뿐 아니라 등록.탁송.보험료까지도 빌려 주고 있다.

할부금융사들은 신차 할부금융에서 대출금을 떼이는 비율이 1% 정도지만 중고차 할부 경우에는 이 비율이 5%에 달하는 데다 영세한 중고차 판매점들과 거래하기 때문에 실세 금리가 내려가도 할부금리를 손대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뿐 아니라 일부 중고차 판매업체조차도 높은 할부금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서울자동차경매장의 신현도 이사는 "고금리 시절이었던 2년 전에 비해 실세금리는 대폭 내렸어도 중고차 할부금리는 거의 변동없다" 며 "중고차 할부금융의 높은 위험을 감안해도 현재의 이자율은 지나치게 높다" 고 말했다.

이영렬.최현철 기자 young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