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연말까지 약세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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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의 다우지수가 9600선으로 밀리고 나스닥지수의 1700선이 무너지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고점 대비 20%이상 떨어지는 약세장은 비슷한 하락주기와 회복 과정을 거친다" 며 "현 상황을 진단하려면 1970년대 이후 네차례 발생한 미국 증시 약세장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한다.

◇ "73~74년 약세장과 가장 비슷"=미 증시의 하락기는 크게 ▶73년1월~ 74년10월(약 1년9개월)▶81년1월~82년8월(약 1년7개월)▶87년8월~87년12월(약 3개월)과▶지난해 3월~현재까지(1년6개월)로 나눠진다.

전문가들은 특히 73~74년 때의 주가흐름이 지금 상황과 가장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80년대 두차례 약세장을 맞았지만 당시 강력한 경제성장을 하던 일본과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세계경제를 지탱해 무사히 넘겼다.

반면 73~74년과 지금의 약세장은 미.일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동시에 경제난에 빠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 두 약세장이 고도성장에 따른 거품이 붕괴되면서 발생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미국 주요 기업의 주가추이를 나타내는 S&P 500지수의 움직임이 73년 하락장과 흡사한 모습" 이라며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과잉설비가 시장 왜곡을 가져 온 결과" 라고 분석했다.

김 상무는 "지금 상황은 거슬러 올라가면 1920년대 중반 투자자들이 당시의 하이테크 산업이던 자동차.라디오.항공기에 과잉 투자함으로써 29년~32년까지 주가가 89%나 폭락한 것과 유사하다" 고 주장했다.

◇ "연말까지는 약세장 이어질 것"=현재 S&P 500지수는 지난해 3월의 최고점을 기준으로 28.9%가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 30.4%, 나스닥 지수는 66% 하락했다.

나스닥의 경우 73~74년 하락장 때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다우지수와 S&P 500지수의 경우는 아직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보증권 김 상무는 "73~74년의 약세장이 4백54일(거래일 기준)동안 지속된 데 비해 현 약세장은 3백79일로 아직 4개월 정도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즉 연말까지 약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도 "현재의 미국 증시 하락세가 81~82년의 4백17일선에서 멈출 지, 아니면 추가 하락할 지의 여부는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에 달려 있다" 고 말했다.

한화증권 박시진 시황분석팀장은 "73~74년 약세장이 소비심리가 고개를 숙이면서 장기화되었듯이 이번 약세장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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