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보도자료 퀵서비스’ 18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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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업은 절대 따라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살았다”는 조철현 대표. [강정현 기자]

“18년 넘게 전국의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왔는데, 내 이름 들어간 보도자료 내보기는 처음이네요. 저 이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보도자료 전문 배송업체 ‘여산통신’을 만든 조철현(52) 대표가 26일 ‘내달 1일 사퇴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18년간 각 언론사 주차장엔 ‘여산통신’ 로고가 적힌 오토바이나 작은 승합차가 늘 서 있었다. 보도자료 배포 전문업체는 그가 여성지 ‘여원’, 방송위원회 잡지팀 취재 기자로 일하며 발견한 사업 아이템이었다. 오토바이 두 대로 시작해 이젠 연 매출 10억원의 회사로 키웠다. 1일자로 사임하는 조 대표는 “ 다음 목표는 케이블 책방송”이라고 했다. “바둑TV·낚시TV 등 다른 분야는 다 전문방송이 있는데 책만 없지 않냐”며 “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자료 배달’이란 이색 업종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여산통신이 생기기 전에는 각 회사에서 보도자료를 들고 언론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전달했다. 아니면 우편으로 부쳤다. 보도는 시간이 생명 아닌가. 누군가 각 회사의 보도자료를 모아 한꺼번에 언론사로 배달해주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새벽마다 신문 배달을 하며 학비를 보탰다. 그 경험이 ‘배달’의 효용을 알게 해준지도 모르겠다.”

 -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창업 당시와 사업 환경이 달라지지 않았나.

 “처음에는 일반 문서 형식의 보도자료 비중이 컸다. 하지만 e-메일이 나오면서 98년부터 문서 배송 의뢰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 이후론 신간 서적 배송을 위주로 한다. 다행인지 출판 경향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전환돼 우리 회사의 일이 많아졌다. 또 처음엔 우리가 보도자료를 갖다줘야 할 매체가 50군데 정도에 불과했다. 이젠 인터넷 매체와 유명 블로거 등 1인 매체가 늘어 500여 군데에 보도자료를 전달한다.”

 - 책 방송을 시작하는 이유는.

 “ 2003년 인터넷 책방송 ‘온북TV’를 만들어 10년째 운영 중이 다. ‘책과 영상의 홀가분한 동행’을 위해선 방송에서 책을 다뤄줘야 하는데, 기존 방송에 책을 등장시키기가 힘들었다. 출판계는 늘 ‘을’의 입장이다. 전문방송이 필요한 이유다.”

 조 대표는 “시청자들이 쉽고 즐겁게 책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며 “뒹굴뒹굴 누워서도 TV가 읽어주는 책을 접하고, 공공도서관의 인기 강좌도 들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인회의 등과 ‘책방송 설립 추진 실행위원회’도 꾸렸다. 그는 “한 구좌 100만원씩 1000구좌를 목표로 모금운동도 생각 중”이라며 “내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개국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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