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 성추문 검사 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검 감찰본부는 25일 여성 절도 피의자 B씨(43·여·가정주부)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서울동부지검 전모(30)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씨 측 정철승(42)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 검사가 성관계를 전후해 B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의 통화내역을 지우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현직 검사가 긴급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2003년 8월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김도훈 청주지검 검사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에 대한 ‘몰래카메라’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돼 결국 구속됐었다.

 감찰본부는 이날 서울동부지검 내 전 검사의 사무실과 승용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과 12일 서너 차례에 걸쳐 여성 피의자 B씨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24일 전 검사를 소환해 조사를 하던 중 긴급체포했으며 둘 사이에 진술이 일부 엇갈림에 따라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B씨를 방문조사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전 검사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여성 피의자를 성폭행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전 검사가 B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갖기 위해 모텔로 들어선 직후 ‘남편이 알면 안 된다’며 B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의 통화내역을 지웠고 피임기구도 치우려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10일 첫 접촉에서부터 12일 성관계를 갖기까지 B씨가 수백 분 분량의 전화통화 및 대화를 파일로 녹음했는데 이 중 160분 분량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B씨가 먼저 토요일 조사를 요구했다는 등의 전 검사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B씨는 모텔 성관계 때 착용했던 여성용품을 성폭력상담소에 임의제출하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전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토요일 오후에 조사를 한 건 B씨가 그때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고 ▶첫 성적 접촉이 있었던 10일에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으며 ▶B씨가 먼저 접근해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 “B씨는 성범죄 피해자일 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통상 뇌물죄는 받은 사람뿐 아니라 준 사람도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사로 볼 때 전 검사가 절도 피해자인 서울의 한 마트 측과 형사합의를 할 경우 선처를 해 줄 수 있고 합의금도 일부 깎아줄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는 B씨 측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후 3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 “성관계는 뇌물죄의 ‘향응’에 해당”=검찰은 전 검사의 행위는 피의자로부터 성(性)을 제공받은 것으로서 ‘포괄적인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하거나 성관계를 가졌다면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간음’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전 검사와 B씨가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은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죄)이기 때문이다.

이동현·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