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부상, 류현진·김광현 출전 불투명… ‘일본 킬러’ 전멸 위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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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호 19면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 킬러’ 없이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에 강한 왼손 투수들이 줄줄이 빠져 고민이고, 일본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불참을 선언해 대표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내년 3월 WBC 앞두고 먹구름

일본 스포츠닛폰은 24일 “한국의 봉중근(32·LG)이 왼쪽 어깨 통증으로 대표팀에서 빠졌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봉중근은 왼쪽 어깨 통증 때문에 4개월 정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LG 구단은 그의 대표팀 합류를 만류하고 있다.

봉중근은 2009년 제2회 WBC에서 예선전부터 결승전까지 세 차례 일본전에 등판했다. 17과3분의2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하며 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특히 일본과의 중요한 경기 때마다 쾌속투로 상대를 압도해 야구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팬들은 그를 안중근 의사에 빗대 ‘봉의사’라고 불렀다.

일본은 가장 위협적인 투수 봉중근이 WBC에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안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WBC 2라운드에서 쿠바 등과 함께 결승 라운드 진출을 다툴 전망이다. 3개국 중 하나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는 30일 최종 엔트리(28명) 제출 마감을 놓고 두 나라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한국은 봉중근뿐만 아니라 류현진(25·한화)·김광현(24·SK) 등 특급 왼손 투수들을 WBC에 데려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협상 중이다. 다저스는 2573만 달러(약 280억원)를 이적료로 베팅하고 류현진과의 독점 협상권을 얻었다. 류현진에게 줄 연봉은 4~5년 총액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한다면 WBC 출전 가능성은 상당히 작다. 거금을 투자해 데려온 선수를 곧바로 국제대회에 보내줄 리 없기 때문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활약한 김광현도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이만수 SK 감독은 23일 “김광현의 왼쪽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WBC 참가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봉중근·류현진·김광현 모두 “뽑아주셨으니 뛰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소속 구단이 막고 있다. 이들 세 명이 모두 빠지면 또 다른 왼손 장원삼(29·삼성) 또는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26·KIA)이 일본전 선발로 나서야 한다.

일본도 전력 약화 때문에 고민 중이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 홈런왕 나카무라 다케야(29·세이부)는 오른 무릎 부상 때문에 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졌다. 앞서 스즈키 이치로·구로다 히로키(이상 뉴욕 양키스), 다루빗슈 유(텍사스),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 미국에서 뛰고 있는 일본 선수들도 WBC 불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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