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동의 중국世說] 시진핑 시대의 개막과 중국의 대내외 정세 전망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의 책임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도록 당과 국가, 그리고 각 민족을 단결시키고 이끄는 것이다." 새로운 중화제국의 도편수 시진핑(習近平)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 취임에 즈음하여 對내외에 천명한 일성(一聲)이다. G2 국가로 웅비한 황용(黃龍)의 포효가 세계인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2012.11.15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시진핑(당 총서기겸 중앙군사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 총리 내정자)등 7명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했다. 13억5천의 거대한 중국 號를 운항할 새로운 국가 최고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다.

시진핑 체제에 대한 국제 언론 평가

미국 NYT지는 "시진핑은 후진타오 보다 더욱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아마도 시진핑이 태자당 출신으로서 배후에 든든한 원로가 있고, 권력의 핵인 군권(당 중앙군사위 주석)도 당 총서기 직과 동시에 물려받은 것을 염두에 둔 평가로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중국의 권력교체 양상은 "마치 천안문사건의 직후와 같이 원로의 지배가 드러나 실망스럽다."며, "시진핑 정권은 장쩌민 등 원로의 간섭으로 보수적 강권적인 통치와 강경한 대국주의 외교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홍콩의 유력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 "시진핑은 정치개혁추진에 진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시진핑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이 정치개혁의 선도자였던 '후야오방(胡耀邦)' 과 '자오쯔양(趙紫陽)의 戰友이자 영혼의 반려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내치전망

과거 제13차 공산당대회의 공작보고를 기초한 吳稼祥은 "이번 18차 당 대회 공작보고에서 정치개혁이 중점 거론된(보고내용의 10%)것은 매우 중요한 청신호"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자가 시진핑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정치개혁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공작보고에서 밝혔듯이 인민대표대회의 입법권 및 감독권 강화, 정치협상의 제도화, 사법제도 개혁 등의 조치들을 적극 실시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통제 완화, 요직의 직접선거 등 서방 제도적 민주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중공중앙당교 부 교장 陳寶生이 "정치체제 개혁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한 것도 바로 정치개혁의 요원함을 표현한 것이다.

시진핑은 취임 기자회견 연설에서 확고부동한 공동富와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강조하면서
"국민의 행복한 생활이 우리가 분투해야할 목표"라고 민생과 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즉 시진핑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개혁, 개방을 확대하면서, 빈부격차 해소, 부패방지, 경제발전방식의 전환 등 "12.5 계획"의 목표들을 착실히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번에 예상과 달리 후진타오가 조기에 당 중앙군사위 주석 직을 이양했고, 후진타오파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적게 포진한 대신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2명이나 진출했으며, 상무위원 수를 7인으로 조정했다. 이런 정치적 조정양상 이면에는 중국내 각 정파 간 숨 가쁜 막후 암투의 흔적이 배어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은 각 정파와 원로들에 대한 대우는 물론, 그들의 간섭배제 문제도 버거운 과제의 짐이 될 것이다.

외교전망

시진핑 시대의 외교는 후진타오의 有所爲作 정책을 계승하여 상대국 환경에 따라 전략적 동반, 선린우호, 다자외교 정책 등을 적절히 구사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미, 일 등 강대국 외교에 집중하면서 아시아의 주변국과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도 상당한 외교력을 투사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對中정책 기조가 봉쇄(containment)와 조건부 포용(conditional engagement)이라는 점을 간파한 중국은 대미 반 봉쇄전략에 최우선을 둘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대러, 대북 외교안보를 다지면서 나아가 "상하이 협력기구(SCO)"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경협과, 자원 확보 및 대미 견제를 위해 ASEAN 제국들과의 물량공세 외교도 지속할 것이다. 조어도 문제 등으로 대립각이 첨예화 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당분간 단호한 자세를 견지하며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강력한 경고음을 발신할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국력신장은 한국에 '한미동맹' VS '對中협력'이라는 딜레마를 조성시키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大國 편승정책(band wagoning policy)을 구사해온 한국에 큰 전략적 난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중국의 대 한반도 외교정책은 현상유지를 기조로 하여 한국과는 경제실리 외교에 방점을 둘 것이나, 남북 충돌상황이 발생할 시에는 친북입장을 표명하며 북한 감싸기를 지속할 것이다. 이런 친북노선 추구는 최근 중국의 대북 관리태도와 "북한의 완충지대 효과"는 물론, 과거 시진핑의 친북발언 등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총체적으로 평한다면 시진핑이 집권했다 해서 중국의 내치나 외교정책이 획기적으로 급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는 시진핑 개인의 성향이나 정치역량 보다는 중국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관성과 한계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5세대 지도자들이 국제적 감각과 사상적 유연성을 구비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국제 레짐(international regime)에 대한 참여와 더불어 국제규범 준수와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노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찍이 唐太宗은 "創業이 어려운가? 守成이 어려운가? (草創與守成孰難)" 라며, 신하들에게 수성이 더 큰 과제임을 강조했다. 시진핑이 "책임은 태산처럼 무거우며,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고 한 말이 연상되어 앞으로 시진핑號의 항해 조타(操舵)솜씨가 자못 궁금해진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