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지구에 이런 일이…"작은 집이 더 비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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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요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조금 훈훈하죠. 서울시와 소형주택비율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주요 단지가 줄줄이 소형주택 비율 강화 방안(재건축 후 소형주택 비율 30%)을 받아들이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강남권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손꼽히는 개포지구가 선봉에 섰는데요, 최근 개포주공2단지와 3단지가 소형주택 강화 방안을 받아들였고 개포시영, 개포주공4단지, 개포주공1단지도 뒤를 이었습니다.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자 그간 가만히 관망하던 투자수요가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분위기입니다. 시세가 솔솔 오르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그간 얼마에 거래됐나,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뒤적였습니다.

어, 그런데 이상합니다. 집 크기가 작은데 가격이 더 비쌉니다. 9월 거래 자료를 보니 35㎡형(이하 전용면적)이 5억2000만원(4층)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53㎡가 5억850만원(5층)에 팔렸습니다.

음, 잘못 기재됐나, 싶습니다. 이전 자료를 더 살펴봤습니다. 5월 35㎡형이 5억7500만원(4층)에 거래됐는데 53㎡형은 5억3000만원(4층)에 나갔습니다. 전용면적으로 30%가 넘게 차이가 나는데 같은 기간 거래된 작은 집의 값이 더 비싸다니요. 이유가 뭘까, 궁금해집니다.

요리조리 뜯어보니 원인은 바로 대지지분이었습니다. 대지지분이란 아파트 전체 단지의 대지 면적을 가구수로 나눠 등기부에 표시된 면적을 말합니다. 내 소유의 땅인거죠.

대지지분 따라 추가 부담금 달라져

이 대지지분이 재건축 단지에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단지 전체의 대지 면적이 넓을수록 재건축 후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아파트를 지으면 일반 분양 물량이 많아지고 사업성이 좋아지게 됩니다. 일반 분양으로 얻은 수익 덕분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추가 부담금이 줄어들겠죠.

단지 전체 대지면적도 중요하지만 내 아파트의 대지지분이 얼마나 되는지도 아주 중요합니다. 재건축한 후에 배정받을 수 있는 아파트 크기를 결정짓는 요인이자 추가 부담금을 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크기의 새 집을 받을 경우 대지지분이 클수록 추가 부담금이 줄어듭니다.

자, 그럼 왜 35㎡가 53㎡보다 비싼지 알아보죠. 35㎡형의 대지지분은 46.9㎡입니다. 반면 53㎡는 43.8㎡네요. 되레 집 크기가 큰 53㎡의 대지지분이 더 작습니다. 그래서 35㎡의 집 크기가 작지만 값이 더 쌌나 봅니다.

그럼 35㎡의 대지지분이 53㎡보다 큰 이유는 뭘까요. 비밀은 용적률에 있는 것 같네요.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을 말합니다. 같은 크기의 땅에 아파트가 여러 가구 들어설 수록, 즉 고층일 수록 용적률은 높아지고 내 소유의 땅은 적어지겠죠.

대지지분이 46.9㎡인 35㎡형은 개포지구 내에서도 개포주공3단지입니다. 가장 높은 동이 5층인 저층 단지죠. 용적률은 75.8%에 불과합니다. 반면 53㎡(대지지분 43.8㎡)는 개포주공5단지입니다. 가장 높은 층이 14층인 고층 단지로, 용적률은 151% 입니다. 용적률 차이가 2배네요.

개포지구뿐 아니라 재건축 단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싸다고 덥썩 사지 마시고 반드시 대지지분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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