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도 거품 붕괴 중 … 시가총액 10조원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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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수 싸이의 테마주인 디아이는 정치 테마주와 닮았다. 뜨는 인물과 관련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맹목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그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미들이 손실을 떠안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 테마주 거품이 꺼지면서 관련 종목에서 시가총액 10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는 “아직 거품이 완전히 빠지진 않았다”며 “앞으로 최대 5조원 가까이 더 시가총액이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기존의 정치인 관련 테마주는 대선일인 12월 19일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전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폭탄 돌리기’ 게임에 뛰어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 35개 종목의 매매손실 계좌를 확인할 결과 200만 개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35개 종목만 조사했지만 금감원 조사 시점인 2011년 6월 증시에 떠돌아다니던 정치 테마주는 모두 134개다. 이들 종목의 당시 시가총액 합계는 7조4167억원이다. 이후 각 종목 최고점의 시가총액 합계는 19조9634억원에 달했지만 16일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이 9조975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고점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문제는 아직 더 증발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테마주 열풍이 불기 전에 비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여전히 2조5000억원의 거품이 끼어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각 종목 최저점 시가총액 합계(5조2071억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부터 최대 5조원 가까이 더 증발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기승을 부린 정치 테마주는 대선에 출마하는 정치인 관련 테마주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창업한 안랩을 비롯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어 있다는 이유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이다. 이런 종목은 각 후보의 지지도에 따라 주가가 춤을 췄다. 안랩은 올 초 15만9900원까지 올랐으나 16일 4만5800원에 장을 마쳤다. 안철수 테마주 중 하나인 미래산업은 창업주 정문술 전 회장이 보유 중인 미래산업 주식을 전량 장내 매도하면서 2245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급락했다. 미래산업 16일 종가는 510원이다. 미래산업 대주주는 큰 차익을 얻었지만 개인투자자는 큰 손실을 본 셈이다. 다른 종목도 큰 차이가 없다. 대주주나 시세조정 세력만 돈을 번다는 얘기다.

 이렇듯 테마주 관련 피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에게 집중된다. 금감원 조사에서는 이 기간 주가가 93% 상승했음에도 총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의 99.9%가 개인 계좌에서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 하락으로 투자원금이 물려 있어도 빨리 털고 나오는 게 정답”이라며 “대선이 다가올수록 테마주 힘이 빠져 팔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당내 경선 과정을 돌이켜볼 때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탈락한 후보 테마주는 곧바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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