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공방'으로 본 비틀기 문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4일 서태지가 자신의 ‘컴백홈’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음치가수’ 이재수(29) 를 법원에 제소함으로써 패러디와 저작권 문제를 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현재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성행하는 패러디의 실체는 무엇이며,패러디 열풍이 부는 이유를 살펴 본다.

◇ 패러디 현황

"지금 같아서는 윤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를 업어줬던 그 소년을 같이 묻어 달라구…. 그것두 산채루…. "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 (감독 곽재용) 에서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를 패러디한 부분이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가 싶더니 마지막 부분에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있다. "입었던 옷을 묻어달라" 는 것보다 N세대 감성에 더 들어맞는 말이다.

패러디의 사전적 정의는 유명한 작가의 시 문체나 운율을 모방해 그것을 풍자 또는 조롱삼아 꾸민 익살 시문이다. 문학작품의 한 형식이지만 창조성은 없다.

지금 우리 대중문화는 패러디시대라고 할 만큼 광고.영화.드라마.뮤직비디오.출판 등 각 분야에서 패러디가 성행하고 있다.

영화 '빠삐용' 의 주인공 스티브 매퀸이 감방에서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장면을 패러디한 제약회사의 바퀴벌레 유인제 광고는 고전이다. 최근에는 영화 '친구' 를 부산 사투리가 아닌 충청도 사투리로 바꿔 패러디한 코믹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댄스그룹 쿨의 뮤직비디오 '점포 맘보' 는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 , 핑클의 '당신은 모르실꺼야' 는 '러브레터' '쉬리' '천장지구' '귀여운 여인' 등 네편의 영화를 패러디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를 패러디한 '배칠수의 음악텐트' 는 인터넷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보수적인 출판계에서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를 패러디한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 '치즈 내 것 만들기' 등 책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패러디는 성행하지만 우리의 패러디 수준은 모방.표절과 혼동되며 코미디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생각해 보기

①딴지일보(http://www.ddanzi.com/ddanziilbo/home.html) 정치.사회.문화적 이슈를 엽기와 풍자를 통해 다루는 인터넷신문 등 패러디 사이트의 기사나 광고.인물 등을 하나 정한 다음 원본을 찾아 시각 차이를 비교한다. 패러디 대상이 된 사람의 기분은 어떨지도 생각한다.

②유명 인물들의 말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패러디해 보자(예〓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창호> →하루라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저린다).

③자신이 선전하고 싶은 상품을 골라 신문 광고를 활용해 패러디 광고를 만든다. 또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자신이 원하는 기사로 고쳐본다.

④오늘 하루는 아빠를 패러디하는 날. 가족의 역할을 바꿔 보자. 가족 모두 하루 종일 웃음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⑤패러디와 표절.모방을 구분하고, 패러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짚어보자. 또 칭작 활동에서 창조성을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인지도 생각한다.

⑥영화.연극 등 우리 대중문화의 각 분야에서 '올해의 패러디 베스트 5' 를 선정하는 것도 패러디를 이해하고 눈높이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⑦ '흥부와 놀부' '심청전' 등 고전을 현대 감각에 맞게 패러디하는 모둠 활동도 권할 만하다. 고전 하나를 선택해 모둠원 각자 일정한 부분을 맡아 패러디한 뒤 합쳐 읽으며 시각을 비교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⑧서태지의 제소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화적 권위주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각각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신문 기사에서 찾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시해 보자.

또 학급 단위의 설문 조사를 통해 자기 의견의 지지도를 알아보고 조사 결과를 알리는 글도 작성한다.

신문기사 검색은 한국언론재단 종합뉴스데이터베이스(http://www.kinds.or.kr./)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⑨패러디의 시조는 기원 전 6세기 중엽 고대 그리스의 풍자시인 히포낙스라고 한다. 패러디 작품이 성행한 것은 18세기 이후 영국.프랑스.독일에서이다. 중세 기사도 전설을 패러디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을 읽고 당시 사회상을 엿보는 것도 좋다.

⑩원래 패러디는 비판이나 뒤집기가 그 생명이다. 왜 지금 패러디 열풍인??자극적이며 소비적 성향이 강한 N세대를 중심으로 그 원인을 찾아 보자.

⑪ '패러디와 저작권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것도 좋다. 패러디의 범위, 상업적 이용, 비판적 기능 등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패러디에 대해 직접 언급한 국내법은 없다. 패러디를 어떻게 볼 것인지와 저작권법 상의 재산권과 인격권(동일성 유지권) 이라는 원작자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장되는지가 관심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