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경쟁이 빌미 제공… 非전문의 진출 제한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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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호 06면

“우리나라의 성형 의료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그런데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정책 목표만 근사하고, 제대로 관리를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상목(57·사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꾸준히 유치하려면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는 등 제도적 문제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목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

-외국인 환자 유치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불법 브로커들이 너무 많다. 환자가 없어 경영이 어려운 중소규모 병·의원들로서는 거절이 쉽지 않다. 문제는 턱없이 많은 수수료를 내다 보니 정작 수술 등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부실 시술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수술이 잘 되면 괜찮지만, 부작용 등 문제가 생기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그런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의료 관광의 미래에도 영향을 주나.
“중국 언론 매체에 한국 성형관광의 문제점에 대한 보도가 자주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수년 내에 중국인 환자가 격감할 수도 있다. 중국의 의료 수준도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지 않겠나.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고 의료 분쟁 등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가 없으면, 우리 환자가 중국으로 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일부 병원들이 브로커와 손잡는 이유는.
“우선 불법에 눈감는 일부 병원의 부도덕성이 문제다. 하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의료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체계도 영향을 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환자가 줄면서 다른 분야 의사들이 성형 분야에 많이 진출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성형 분야로 뛰어드는 비전문의들의 심정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좁은 성형외과 시장에 몰리면서 덤핑 경쟁이나 탈법적 진료가 늘어난 게 엄연한 현실이다. 불법 브로커들이 그 틈을 파고든 것이다.”

-성형외과 분야의 비전문의 비중은.
“10여년 전만 해도 성형외과 전문의 1명에 비전문의 3명 정도의 비율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비율이 10배 정도 된다는 게 성형외과의사회의 판단이다. 한국 의료정책의 근간이 되는 전문의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진료 영역의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

-브로커 단속을 위해 우선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다단계에 점조직이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고, 단속의 법적 근거도 이제야 마련하는 단계다. 불법 브로커뿐 아니라 이들을 이용하는 병·의원에도 엄격한 제재가 있어야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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