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일요일 아침] 홍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7호 29면

홍시
이토록 맑게 개인 날/ 그대는 온종일 아슬한 나뭇가지의 저 끝에서/ 주홍빛 열매로 매달려 계십니다/
말씀해 주셔요/ 그대가 이 깊어 가는 가을/ 줄곧 벽공에 매달려 계신 뜻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새가 한 마리/ 그대 옆 가지에 앉아 뾰족한 부리로/ 자꾸 콕콕 쪼아 대는데도/
말없이 온몸을 내맡기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를



이동순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마왕의 잠’ 당선.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시집 『개밥풀』, 연구서 『민족시의 정신사』, 평론집 『시정신을 찾아서』 등 출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