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100만배 들여다보기] 1. 무한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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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블랙홀.초신성.대폭발과 팽창…. 직접 가보지 못한 곳에 있는 천체의 신비, 그리고 먼 과거에 우주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천문학과 물리학이 캐내고 있는 우주의 신비를 시리즈로 알아본다.(편집자)

우리말로 바꾸면 '대폭발'쯤으로 표현할 수 있는 '빅 뱅(Big Bang)'이라는 사건이 먼 옛날 우주에서 일어났고, 그 뒤부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얘기는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진 것은 1929년이었다. 미국의 과학자 허블이 당시 세계 최대인 2.5m 망원경으로 먼 곳에 있는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허블의 연구 이전에 과학자들은 우주가 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토대로 우주를 설명하는 모델 공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공식을 분석해보니 우주가 팽창 또는 수축하고 있어야 했다.

고심 끝에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지해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공식에 '우주 상수'라는 부분을 추가했다. 나중에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아인슈타인은 "공식을 억지로 뜯어 고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는 계속 변하고 있다. 특히 아주 초기에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했다.'급팽창 이론'이라는 것에 따르면 처음 0.00…1(소수점 다음에 0이 31개)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주의 지름은 10000…(0이 모두 43개, 1천정(正)으로 읽음)배로 늘어났다.

이렇게 우주 공간이 갑자기 아주 먼 곳까지 퍼지는 바람에, 우리가 설혹 우주의 시초부터 지금까지 1백50억년간 계속 빛의 속도로 여행했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우주 공간이 생겼다.

그 뒤부터 수십억년이 지날 때까지 팽창은 점점 느려졌다. 물질 간에 서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이 팽창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관측 결과에 따르면 팽창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팽창을 방해하는 인력이 아니라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온 우주에 골고루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인슈타인이 '억지로 집어넣었다'는 우수상수라는 것이 바로 이 척력의 근원으로서 팽창이 빨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가 스스로 "인생 최대의 실수로 만든 이론"이라고 했던 것이 지금에서는 가장 각광받는 이론이 됐다.

보통 팽창이라고 하면,탁구공처럼 작은 것이 농구공 크기만큼 부풀어 오르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주의 팽창은 다르다. 공 모양이 부풀어 오를 때는 팽창의 중심이 있지만, 우주의 팽창에는 중심이 없다.

그래서 지구에서 보면 모든 별과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또 다른 먼 은하계의 별에서 봐도 마찬가지로 모든 천체가 자신들로부터 멀어져 간다.

이를 비교적 쉽게 설명하는 것이 '풍선과 개미'모델이다. 풍선을 약간 분 뒤 겉에 개미 몇마리를 올려 놓고서 더 크게 분다고 생각해 보자. 모든 개미들이 느끼기에 다른 친구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팽창'이다.

그러나 팽창의 중심은 개미들이 '우주'라고 느끼는 풍선 표면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상상하기는 힘들겠지만 우리 우주의 팽창도 이와 똑 같다. 어느 곳도 팽창의 중심이라고 할 수 없다.

옛 우주론에서 우주의 중심은 지구였다. 코페르니쿠스에 이르러 중심은 태양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현대에서 허블과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중심이란 개념을 없애고 우리의 위치를 특별한 곳에서 완전히 평범한 곳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희원 세종대 교수.전문우주학과

<사진설명>
허블망원경이 잡은 은하 NGC4603. 지구에서 1억광년 떨어져 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이 은하의 별에서 나오는 빛을 관측해 최근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정확히 측정했다. [NASA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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