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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 큰축제 열린 날 이날을 위해 쓰고 또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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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문학상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 김수정씨, 미당문학상 수상자 권혁웅 시인,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김인숙 작가,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자 이수진 작가,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황은주씨,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수상자 이재원씨. [박종근 기자]

그것은 커다란 문학잔치였다. 한국 문단의 중견·신인작가들이 한데 모여 이 시대 문학의 소임을 확인했다. 제12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제13회 중앙신인문학상, 그리고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이 15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홀에서 열렸다. 수상자만 6명에 달하는 문학축제에 문인과 수상자 가족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문단의 오늘을 압축해 보여주는 자리였다.

 ◆영광의 주인공들=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시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미당문학상은 권혁웅(45) 시인이 받았다. 우리 시대 직장인의 비애를 응시한 ‘봄 밤’으로 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가장 뛰어난 단편에 주는 황순원문학상은 소설가 김인숙(49)씨가 인간의 원초적 고독을 파고든 ‘빈 집’으로 수상했다. 상금 5000만원.

 중앙신인문학상은 황은주(46)씨가 ‘삼만 광년을 풋사과의 속도로’로 시 부문을, 김수정(45)씨가 단편 ‘삵’으로 소설 부문을, 이재원(26)씨가 신해욱·이근화·심보선의 시 분석으로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상금은 소설 1000만원, 시와 평론은 각각 500만원이다. 고료 1억원 중앙장편문학상은 ‘고양이인간안티클럽’을 쓴 이수진(25) 작가에게 돌아갔다.

 ◆따뜻한 격려와 웃음이 번졌던 축사=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자가 지인에게 축하의 말을 듣는 ‘특별한 축사’는 시상식의 백미였다. 미당문학상을 받은 권 시인을 위해 은사인 최동호 시인(64·고려대 교수)이 축사를 맡았다.

 “권 선생은 2000년대 초반 미래파 시인의 시를 주도 면밀하게 평론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에게는 짐이 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오늘 시인으로 우뚝 서게 됐고, 비평의 짐을 내려놓고 더 힘차게 멀리 나갈 수 있게 됐다.”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김 작가의 축사는 그의 30년 지인이자 오랜 선배인 김정환(58) 시인이 맡았다. 그는 “김인숙씨 같이 탁월한 후배를 둘 경우 자칫 잘못하면 꼰대가 되기 쉽다. 다행히 김인숙씨는 그 이상이다. 호되게 잘쓰는 작품으로 뒷통수를 쳤는데 그 덕분에 아직도 꼰대는 안됐다”고 말했다.

 문단 대선배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이제 막 등단한 신인을 위해 장석주(58) 시인이 격려의 말을 전했고, 중앙장편문학상 심사위원을 대표해 이순원(54) 작가가 축사를 건넸다.

 이날 시상식에는 시인 문인수·박주택·이시영·장석남·장석주·천양희·최정례·함기석, 소설가 구효서·김별아·김형경·박상우·심재천·은희경·이순원·이승우·정미경·정영문·편혜영, 문학평론가 류신·오창은·조연정·최원식·황현산·허윤진씨 (가나다순) 등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김수길 주필,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이홍 본부장도 자리를 빛냈다.

창작은, 자기가 지핀 불에 몸을 데이는 것

시상식 말말말

◆ 권혁웅-미당문학상 수상 소감

“누가 시를 못 쓴다고 타박하면 ‘난 비평가야’라고 변명하고, 비평이 허술하다고 꾸짖으면 ‘시인에게 뭘 더 바래’라고 항변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런 변명거리가 사라졌다. (…) 이제는 시의 길을 전력을 다해 가고자 한다. 아수라 백작이 아니라 마징가의 길을 가겠다. 기운 센 천하장사는 되지 못해도 고집 센 뒷방 늙은이가 될 때까지 시라는 업을 놓지 않겠다.”

◆ 김정환-황순원문학상 축사

“컴퓨터에 ‘소설가’를 빼고 그냥 ‘김인숙’이라고 쳤는데 (수상자인) 김인숙이 제일 먼저 뜨더라. 아니 이럴 수가. 흔한 이름인데, 그렇게 유명하단 말인가. 그래서 혹시 김정환을 쳐보니 동명이인에도 안 나오더라. 한참 뒤에 나오더라. 김인숙은 자신의 이름을 능가하는 이름이다.”

◆ 장석주-중앙신인문학상 축사

“창작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지핀 불에 몸을 데이는 것이다.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문학이란 짐을 지고 꿋꿋하게 걸어가는 낙타처럼 지치지 말고 걸어 가시길, 불확실한 미래에 주눅들지 말고 담대한 사자처럼 포효하며 창작의 길을 가시길 기원한다.”

◆ 이재원-중앙신인문학상 수상 소감

“집수리를 해서 일주일 넘게 집 밖에 있다 보니,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것’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문학 역시 가장 무용해 보이지만, 가장 근원적인 힘을 가진 영역이 아닐까.”

◆이수진-중앙장편문학상 수상 소감

“‘고양이인간안티클럽’을 여름에 쓰면서 엉덩이에 땀띠가 났다. 앞으로 엉덩이가 닳아 없어지도록 열심히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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