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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주는 부담금' 순기능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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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전경련 보고서 및 언론을 통해 부담금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유사목적으로 중복 부과돼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산정기준 및 사용내역이 불투명한 것처럼 보도돼 부담금이 마치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기업에 대한 강제기부금이나 성금 같은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물론 부담금이 기업이나 국민에게 금전적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불필요한 부담금은 정비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부담금이 조세와 함께 중요한 재정수단 중 하나이며, 여러 순기능이 있다는 점도 국민이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조세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징수해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반면 부담금은 특정인이 정부의 공공서비스로부터 편익을 받거나 특정 공공사업을 필요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을 때 그 수익이나 비용 일부를 부담해 공공서비스 창출을 위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석유수입.판매로 수익을 얻는 자에게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을 부과해 석유의 수급 및 가격 안정과 에너지 관련사업에 사용하며, 환경오염물질을 집중 배출하는 시설물과 경유자동차 소유자에게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해 이를 환경개선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부과되는 과밀부담금 등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를 유도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부담금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물론 과거에는 부담금의 운용과정 및 사용내역이 다소 투명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부담금은 각종 성금.기부금 등과는 달리 개별법에 부과대상.부과료율.산정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부담금의 신설.확대 시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국회의 통제를 엄격히 받고 있다. 부담금의 징수실적.사용내역에 대해서도 매년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를 발간해 국회에 제출하고 국민에게 공개한다. 또한 부담금이 대부분 기금.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사용되고 국회의 예.결산에 관한 심의.의결을 받고 있어 부담금 운용의 투명성 확보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

언론에서 지적된 내용 중에서도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있다. 유사.중복된다고 지적된 농지조성비, 대체산림조성비, 대체초지조성비의 경우 농지.산지.초지 간의 지목은 완전히 분리돼 있어 동일한 토지에 중복 부과할 수 없으며, 예고 기간 없이 부과된다고 지적된 임금채권보장기금 사업주 부담금은 보험료율이 연초에 공표되고 사전에 안내 통지가 발급되므로 기업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징수실적이 없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된 부담금도 총량초과부과금이나 도로손괴자부담금과 같이 사전적 규제나 예방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징수실적이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없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물론 어느 한 시점에 유용한 부담금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기업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존치 타당성이 퇴색됐거나 정비 필요성이 있는 부담금은 폐지.통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신철식 기획예산처 기금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