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고사작전' 지목된 노무현계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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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왼쪽)과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 측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가운데)이 14일 경제복지·통일외교안보정책팀 첫 회의가 열린 서울 정동 달개비 콘퍼런스하우스에서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 후보 측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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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단일화 협상 테이블엔 14일 전운이 돌았다.

안철수 후보 측 협상팀인 조광희 캠프 비서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은 이날 오전 ‘민주통합당 이목희 기획본부장’을 지목하면서 한국일보가 보도한 ‘안철수 양보론’에 대해 격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민주당 팀(박영선·윤호중·김기식 의원)에 “오후까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한 뒤 협상장을 나왔다. 사실상 이 의원의 사과나 선대위 직책의 해임을 요구한 셈이다. 비슷한 시각, 안 후보의 공평동 캠프에선 유민영 대변인이 “민주당의 여러 행동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양보론이) 잊을 만하면 언론에 나오는데 (문재인 후보 측) 선대위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할 행동이 아니다”며 “문 후보 주변에선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오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협상팀이 오후까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한 뒤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아 협상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협상 중단 결정을 누가 했느냐’고 묻자 “협상 실무팀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민주당의 전국 조직책들을 총동원해 양보론을 유포하고 있다고 본다. 안 후보 측 박인복 민원실장은 “‘후보를 양보한다면서 왜 펀드를 모금하느냐’ ‘사기 치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며 “문 후보 측 인사들이 소문의 진원지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노무현계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유민영 대변인은 ‘신뢰’를 깼다는 문 후보 측 행위로 ‘안철수 양보론’과 함께 ▶백원우 전 의원의 안 후보 측 이태규 협상팀원에 대한 인신공격 ▶문 후보 측 협상팀원인 김기식 의원의 라디오방송 발언 등을 들었다. 백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철수 단일화 협상팀 이태규?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정권을 꿈꾸었던 사람 이태규”라고 적었고, 여기에 민주당 김현 대변인 등이 ‘좋아요’(추천버튼)를 눌렀다. 김기식 의원은 라디오에서 “16일까진 (룰을) 합의해야 국민참여 경선이 가능하다. 지상파 토론 외에도 복수의 토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협상 과정에서 합의되지 않은 사견을 여과 없이 밝혔다”는 게 안 후보 측 주장이다.

 이 중 백 전 의원, 김 대변인이 노무현계 핵심 인사들이다. 이런 사례는 하나의 예시일 뿐 안 후보 참모들은 당권을 쥔 노무현계 인사들이 안 후보에 대한 ‘고사(枯死) 작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안 후보는 단일후보가 돼도 무소속으로 남는다. 그러면 민주당은 꽝이다. 전통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문 후보 측이 전파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부산을 찾았던 문 후보가 직접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캠프 차원에서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향후 사소한 오해도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 측은 백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삭제했고, 정무특보에서 물러나게 했다. 다만 이목희 본부장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 단장은 이 본부장이 “최근 해당 언론사 기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달래기에 부심하곤 있으나 내심으론 불쾌한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 흐름이 이전보다 불리해지니 안 후보가 판을 흔들려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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