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 답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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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젊은 나이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임용된 권성훈(36) 교수는 연구를 위해 한번 자리에 앉으면 눈앞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몇 시간이 흘러도 꼼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에 ‘2012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뛰어난 집중력과 독자적인 사고가 오늘의 자신을 있게 만들었다는 권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전공선택 이유, 공부법 등을 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한 권 교수는 3학년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자기공명영상촬영(MRI)·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검사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의용공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후 미국 UC버클리 박사 과정을 거쳐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의용공학의 기틀을 쌓았다.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권 교수는 “남들 5년 걸려 받는 박사 학위를 3년 반 만에 몰아 할 정도로 강한 집중력과 계획성”을 꼽았다.

서울대 권성훈 교수는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들은 법조계나 정·재계까지 진출하기 쉽다”며 “적극적으로 이공계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집중력 키우는 기본은 선생님과 눈 마주치기

초등학교 입학 당시 권 교수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수업시간에 선생님 눈을 바라보며 수업을 들으라”고 말씀하셨단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 그는 그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한다. 권 교수는 “눈빛이 빛나는 학생을 보면 신이 나서 강의를 하게 된다”며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눈을 맞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중력을 키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집중력에 대해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시간의 효율성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시간을 지배하는 자’라고 말한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권 교수는 “두 시간을 10년처럼 알차게 보낸다”며 “지금 순간을 가치 있게 보내면 미래가 달라진다”고 했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노트를 정리하고 교과서에 적는 것보다 선생님과 눈빛을 교환하며 열심히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권 교수는 “수업을 듣고 나서 내용을 노트에 적어 정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며 “말보다 글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사고력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에는 수학 문제를 풀 때 스스로 답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절대 해답풀이를 보거나 선생님께 묻지 않았다. 고3 때는 수능 전날까지도 풀리지 않는 문제 3~4개만 어쩔 수 없이 풀이를 찾아 볼 정도로 지독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던 권 교수는 빨리 풀려고 하기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꼬리를 물며 던져 독자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왜’라는 질문을 달고 스스로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는 전 과정을 뜻한다”며 “해답을 봐야 할 때는 답만 보고 그 답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풀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 20개가 있다. 이때 3개의 문제가 틀렸다면 권 교수는 맞은 17개의 문제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틀린 3개의 문제에 집중한다. 17개 문제는 아는 문제지만 3문제는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솟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틀렸다고, 모른다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의식을 자극시키라”며 “이왕이면 내가 할 수 없는 일, 모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 달성후 성취감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학창시절 영어 성적도 높았던 권 교수는 영어 공부법에 대해 과목이 아닌, 언어로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한글로 된 문장을 영어로 영작해 보거나 유명 인사의 연설을 통째로 외우며 생활에 활용해 보는 등 문법 위주의 공부보다는 실질적으로 ‘내가 사용할 언어’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갇힌 사고의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이공계 출신은 과학자만 되는 것이 아니다”며 “과학은 모든 분야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조계, 정·재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공계 출신의 임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을 살펴보면 공학도의 앞날이 한정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가 강조한 독자적 사고 역시 학업을 위한 방법이자 동시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공계의 연구 방법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공대 가면 공학만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자 생활 전반에 호기심을 갖는 것,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공학이고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소엽 기자

권성훈 교수는

‘2012년 젊은 과학자상’ ‘2011년 최우수 연구 성과상’ ‘2011년 차세대 선도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올해 서울대가 선정한 노벨상 수상이 가능한 ‘창의 선도 연구자’ 8인 중 한 명이자 2008년에는 초고속 진단과 신약 분석 기술에 도움을 주는 ‘컬러코드 입자’를 개발했다. 컬러코드입자는 개개인의 유전 정보와 질병 특성을 분석해 개개인에 맞는 맞춤약을 만들 수 있으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검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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