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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주식 깨워라 … 빌려주고 수수료 챙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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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꼬박꼬박 매달 들어오는 돈’.

 이 땅의 모든 월급쟁이가 꿈꾸는 노후 준비다. 은퇴 후 가장 큰 생활의 두려움은 당장 매달 돈 나오는 곳이 없다는 점. 그래서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 시장 침체 속에서도 떴다.

 그런데 부동산으로만 노후 준비가 가능할까. 주식으로도 된다. 연말이 지나야 한 번 받는 배당을 말하는 게 아니다. ‘주식 대여 수수료’ 얘기다.

 용돈 벌이 정도로 10년 가까이 주식 투자를 해왔던 임모(38·회사원)씨는 9월 초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그 친구는 주식 대여 서비스에 가입해 주식을 빌려주면 앉아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가 걱정이었다. 그는 5월 말 스마트그리드 관련주인 A를 주당 3000원 정도에 2100만원어치 샀다. 주가는 계속 오르는 듯했지만 8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9월엔 3000원 선 밑으로 내려갔다. 진작 팔걸 싶었다. 원금만 회복하면 팔아야지 하는데, 괜히 몇 푼 벌자고 주식 빌려줬다 팔고 싶을 때 못 팔까 걱정됐다.

 머뭇거리는데 친구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주식 대여 서비스에 가입해도 아무 때나 주식 팔 수 있어. 배당도 네 거고. 어차피 묵히는 주식에서 돈 나온다니깐.”

 서비스에 가입한 후 임씨의 주식 거래 계좌엔 9월에만 총 5번(2만4600원, 8만4000원, 6900원, 7만3400원, 6만9900원)에 걸쳐 약 26만원이 입금됐다. 2100만원에 한 달간 26만원이 생긴 셈이니 수익률이 1.24%, 거의 연 15%에 이른다. 최근 A 주가는 2400원 선. 주가가 떨어져 속이 쓰리지만, 그나마 주식 대여 수수료가 임씨의 쓰린 속을 달래줬다.

 임씨가 가입한 주식 대여 서비스는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빌려주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주식을 빌려준 고객은 대여 중인 주식이라도 언제나 자유롭게 팔 수 있다. 배당이나 증자 등에 대한 권리도 원래 주인에게 있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 서비스에 가입했건 안 했건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주식 대여 수수료에는 기타소득세가 적용돼 22%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기타소득이 연간 합계 300만원 이하이면 분리과세나 종합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주식을 빌려가는 사람은 대개 기관이나 외국인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없는 주식을 미리 파는 것을 ‘공(空)매도’라 하는데, 공매도를 하려면 일단 주식을 빌려와야 한다. 이를 위해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가 들고 있는 주식을 모아 하나의 바구니(풀)를 만든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특정 종목을 필요로 하면 이 바구니에서 꺼내 빌려준다. 그리고 그 종목을 빌려준 개인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한다.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수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내가 보유한 주식을 누군가가 빌려 가야 한다. 빌려 가는 순간부터 다시 받는 순간까지를 계산해 수수료를 지급한다. 그리고 일단 매도 주문을 내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대여는 끝난 것으로 간주한다. 수수료율은 종목마다, 시기마다 천차만별이다. 삼성전자·현대차·POSCO 등 같은 대형 우량주는 빌려줄 수 있는 주식의 양이 워낙 많다. 수수료가 연 1% 이하로 박하다. 반면 중소형이나 코스닥 주식은 연 4~6%까지 수수료가 뛴다. 앞서 임씨가 보유한 A는 시가총액이 1000억원 수준이다. 그가 받은 수수료율은 최고 연 3.8%였다.

 주식 대여 서비스는 우리투자·삼성·KDB대우증권 등 주로 대형 증권사에서만 취급한다. 다만 동양증권에서는 개인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빌려주는 기간은 최대 90일이며, 90일 이전에는 매도가 불가능하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간 주식을 빌려주고 빌려 받는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라며 “주식이 대여될 확률은 낮지만 수수료율이 종목에 관계없이 무조건 연 4.8%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김소형 에쿼티파이낸스팀 과장은 “고객에게 아무 해가 없고 가입 절차도 간단한데 고객은 ‘뭔가 있는 거 아니냐’고 의심해서 서비스 가입을 꺼린다”며 “주식 대여 서비스에 가입하면 잠자는 주식에서 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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