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을 게 있기는 하나"…요즘에 재건축아파트 수주전을 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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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 강남에서 대형 건설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래미안) GS건설(자이)이 자존심을 건 한판승을 펼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강남 서초우성3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은 물론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이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의 일감 확보를 위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한 때 건설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로 꼽혔었는데요. 대중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조합원 물량만큼 신규분양 물량이 줄어들면서 미분양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입지가 좋은 서울 도심권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좋은 핵심 단지만을 노려 입찰에 들어가는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서초우성3차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주변에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할 단지가 많아 서초우성3차를 수주하면 앞으로 나올 물량을 수주하는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단지는 주요 건설사들이 대부분 눈독을 들여왔던 곳 입니다. 두 회사가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삼성은 특히 이미 수주한 서초우성 1·2차와 인근 신동아·무지개 등 5개 단지를 합쳐 '서초 래미안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주전이 자존심 싸움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정작 다른 곳에 있습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반포 래미안과 반포 자이에서 시작된 악연 때문입니다.

두 단지는 서로 마주보고 있어 입지는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대형사 브랜드를 달고 있어 분양 초기부터 분양가, 분양 성적, 아파트 시세 등 여러가지 면에서 계속 경쟁 구도를 보여왔습니다.

어찌됐건 시공사 선정 총회가 바짝 코 앞(이달 24)으로 다가오면서 두 회사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공사기간 단축을, GS는 낮은 공사비를 각각 앞세워 마지막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삼성과 GS가 조합에 낸 제안서를 보면 전체적인 공사비 절감 면에서는 GS건설이 약간 유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합원들이 시공비를 낮게 제시한 GS건설을 선택할 경우 공사비 총액에서 30억원을, 공기단축을 내세운 삼성물산을 선택하면 18억원을 각각 줄일 수 있을 것으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공사비의 경우 GS건설은 3.3㎡당 3997000원을, 삼성물산은 3.3㎡당 4127000원을 각각 제시했습니다. 총액으로 따지면 GS건설(916780만원)이 삼성물산(9458720만원)보다 30억원 가량 낮습니다.

대신 삼성물산은 공사기간을 GS건설보다 4개월 짧은 27개월로 잡고 있습니다. 삼성 측은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이주비 대출이자와 조합 운영비 등을 18억원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치열합니다.삼성 측은 '자이보다 래미안의 브랜드 가치가 높다'며 주장하는가 하면, GS 측은 '삼성이 입찰지침으로 정해져 있던 특화부문(조합원 무상 제공 품목)의 설계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한창입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어떤 회사가 시공을 하느냐'보다 '어떤 회사가 사업에 이익을 줄 것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사업비를 줄이거나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면 그만큼 공사비를 줄일 수 있으니 조합원들의 이익이 커지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든 '적정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10년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벌어진 무상지분율(대지지분 기준 무상으로 집을 넓힐 수 있는 비율) 싸움이 바로 그것인데요. 시공사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무상지분율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조합원들도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보다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했다가 사업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원과 약속한 무상지분율을 지키기 위해선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엔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기 위해선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실리를 따질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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