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시행 3년, 서울 동성고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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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율고) 도입 후, 3년이 지났다. 그간 말 많고 탈 많던 자율고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올해 대입 성과에 따라 지각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특목고·자율고·일반고를 두고 두통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런 관심은 입시설명회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자율고 공동입학설명회에는 1000여 명이 넘는 학부모가 몰렸고 같은 달 20일에 있었던 동성고(서울 종로구) 1차 입학설명회에는 400여 명의 학부모가 찾아와 자율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자율고 3년의 동성고를 찾았다.

원어민 수업을 진행 중인 동성고. 자유롭지만 어수선하지 않은 동성고의 수업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김경록 기자

“전교생에게 질 높은 교육을 펼치고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수준에서 한층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맞춤식 교육을 펼치는 것이 동성고 교육의 방향입니다.”

동성고 교장 박일 신부.

동성고 교장 박일 신부(이하 박 교장)는 자율고에 대한 정의를 ‘평등한 교육의 기회는 얻되 개개인을 위한 맞춤 교육으로 교육적 다양성을 살린 특화 학교’이라고 내렸다. 이를 위해 1학년부터 개인의 특성과 진로를 고려한 진학지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박 교장은 “3000가지가 넘는 대입 유형은 전문가도 전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학교 차원에서 발 빠르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진학지도부가 중심이 돼 최신 대입 경향과 준비 방법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대입 전문가 초청 강연회는 물론, 대학별 입학 담당자를 초청해 학교별 설명회도 수시로 개최해 대입 불안감을 없앴다.

국·영·수 기준이수 단위 늘려 수업 진행

학업 능력 향상의 기본인 정규수업에 열성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다. 자율고는 교육과정편성의 자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자율고 선택에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된다. 동성고는 입학과 동시에 3개년 교육과정에 맞춘 계획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그 중 하나는 기준이수 단위의 증대다. 국어·영어·수학을 기준이수 단위와 비교해 인문계는 63단위(1071시간), 자연계는 73단위(1241시간)로 증대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교육 없이 학교 울타리에서 충분히 학습을 진행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선택과목도 1학년부터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눠 필요한 과목을 학생이 선택해 집중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선택과목 수는 줄이고 선택 과목의 수업 시수는 늘려 반복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 박 교장은 “조기졸업에 대한 부담도 덜고 수능에 대한 불안감도 없앴다”며 “부족한 과목에 대한 보충은 물론, 잘하는 과목에서의 실수도 줄일 수 있어 사교육으로 향하는 발길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자랑했다.

학교 커리큘럼과 면학분위기 만족도 높아

동성고의 가장 큰 장점은 면학분위기와 학생들의 인성이다. 이 때문에 형제가 나란히 동성고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 박 교장은 “학교 폭력이나 왕따에 대한 고민을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한다”며 “학교의 전통과 인성, 면학분위기 세 가지 측면에서 재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아주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고3 수험생인 강민수군은 “입학 당시 중하위권이던 성적이 현재 상위권으로 크게 올랐다”며 “면학분위기는 물론, 학교 커리큘럼이 좋아 사교육 없이 수업과 보충, 자습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수시 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같은 학년인 박경민군도 “일진이나 담배 피는 아이가 전혀 없다”며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끼리 모여 공부하기 때문에 서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잘 잡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두 학생의 공통된 이야기다. 2학년 문성주군은 “등록금이 일반고에 비해 비싸지만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많지 않은 편”이라며 “학교 커리큘럼만으로 충분히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문군은 1학년초 내신 89%에서 현재 96%의 우등생이다. 특히, 수학은 수업만으로 30점 이상 향상돼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동성고는 기초생활보장수금대상자나 차상위계층 등을 정원의 20% 이상 선발해 수업료와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박 교장은 “30억원 이상의 재단측 투자는 물론, 동창회 지원도 있어 시설 확충과 장학금 혜택, 우수교사 유치, 커리큘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공부에 대한 의욕만 있다면 비용이 공부의 걸림돌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도 서울 교육청에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동성고는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 전과목 평균에서 자율고 평균인 88.2%를 웃도는 95.10%로 서울지역 일반계 고교 310개 중 9위에 올랐다. 또한, 가톨릭 재단 학교답게 최근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정서행동 발달검사’ 에서 교내폭력과 따돌림이 전무한 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박 교장은 “고교시절의 추억도 지키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는 인성과 학업을 두루 갖춘 학교”라며 “단순한 사회의 리더가 아닌 세계를 품는 휴먼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하면서도 세분화된 교육으로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동성고는 13일 오후 7시 교내 대강당에서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입학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선 대학입시 변화에 따른 내게 맞는 고교 유형 선택법에 대해 안내할 계획이다 .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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