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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주변 36만 그루 수목 … 시간 지날수록 가치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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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원박람회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150년 역사를 가진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원을 집안의 뜰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유럽 국가들에선 공원보다 큰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아시아에서는 1990년 일본 오사카에서 정원박람회가 처음 열렸고, 이어 중국 쿤밍(昆明)과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된 적이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개최 결정 계기에서부터 다른 박람회들과 차이점이 있다. 도시를 알리거나 특정 분야의 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에서 기획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도심에서 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순천만 쪽으로 도시가 계속 팽창해 자연환경이 훼손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궁리하면서 정원박람회 유치가 추진됐다.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할 녹지 등 에코 벨트(Eco-belt)를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이를 활용해 박람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박람회 행사장은 폐막 후 애물단지로 전락하곤 한다. 국내에서도 대전엑스포 행사장이 그랬고, 여수박람회장은 사후 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건축물과 같은 구조물은 최소화하고 나무와 꽃을 주로 사용해 행사장을 꾸미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수목이 자라고 숲이 무성해져 가치가 더 커진다. 최덕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정원조성본부장은 “ 자생력을 갖춘 명품 공원이 정원박람회의 유산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저비용으로 행사를 치르는 것도 순천만 정원박람회의 특징이다. 순천시는 인접 도시인 여수가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이듬해에 정원박람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여수엑스포를 위해 도로·철도·항만·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과 호텔·콘도미니엄 등 숙박시설을 대폭 확충할 것을 감안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시설 투자를 하지 않고도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순천은 전국 각지에서 여수로 가는 길목에 있어 여수엑스포를 위해 10조원을 투자해 건설한 인프라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 관람객 400만 명을 예상하는 정원박람회의 인프라 건설과 행사 개최에 드는 예산이 2450억원으로 충분한 이유다.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과 해상 쇼 등을 총괄한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는 “국내 박람회는 축제성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정원박람회는 행사장이 환경 유산으로 남고 국제적 생태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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