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반영 … 투표 선택권 확대 중국 당내 민주화 싹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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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년마다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나고 당 총서기, 정치국 상무위원이 발표되면 서방 기자들은 질문하곤 한다. ‘당신들은 언제쯤 최고 지도자를 국민이 뽑게 될 것인가.’ 밀실 협상으로 지도부가 구성되는 중국의 정치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8일 개막하는 18차 당대회는 정치개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가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핵심은 당내 민주화다. 우선 최고 지도부 구성에 간부 의사를 묻는 통로가 확대됐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베이징 모처에선 350여 명의 고위 간부가 모여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모의투표를 실시했다. 차기 총서기 내정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위,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가 2위를 차지했으며 의외의 인물이 3위에 올랐다고 한다.

 모의투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당·정·군 지도자 400여 명을 모아놓고 담화를 발표한 7월 23~24일 또 실시됐다. 여기에서도 시진핑이 투표 참가자 406명 가운데 362표(복수투표)로 최고 득표를 했고, 위정성(兪正聲)·장더장(張德江)·장가오리(張高麗)·류윈산(劉雲山)·왕양(汪洋) 등 상무위원 후보들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 대한 당 간부의 인기투표는 2007년 5월 처음 실시됐다. 당시 ‘다크호스’ 시진핑이 후 주석이 밀던 리커창을 제치며 차기 최고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차액(差額)선거도 확대됐다. 선출 인원보다 많은 수의 후보자를 선정해 투표 후 최소 득표자 순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5년 전 17기 중앙·후보위원 예비선거에서 초과 인원 비율은 8.3%, 9.6%였다. 이번엔 3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대만 연합보 등은 상무위원 7명(예상)과 정치국원 25명(예상)의 선정에도 차액선거가 도입될 전망이라고 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10~11명의 상무위원 후보와 30여 명의 정치국원 후보를 놓고 중앙위원들이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에 뽑히려면 예비투표 등 8번의 중앙위원 투표를 거치게 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당대표도 다양해졌다. 노동자대표가 51명에서 169명으로 증가해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처음 뽑힌 농민공 출신 대표가 25명 포함돼 있다. 여성 당원도 12% 늘어 전체 당대표의 23%에 달했다. 또 영도간부가 줄고 일선 당원이 늘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민주화의 진전을 느끼기엔 갈 길이 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당대회에 대한 베이징 시민의 무관심을 보도하며 “일반 중국인들은 촌장보다 높은 관료를 뽑을 기회가 없어 체제에 대한 애착이 없다”는 우후이(吳輝) 중앙당교 교수의 말을 전했다. BBC는 중국인들이 당대회보다 미국 대선에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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