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츠·일본 … ‘못난이 펀드’ 아직도 미운 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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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언젠가는 백조로 비상하겠지 싶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오리다. 물·리츠·일본 펀드 등 ‘못난이 펀드 3형제’ 얘기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호황이던 2006~2007년 출시됐다. 인기 펀드를 베끼거나, 혹은 10억 인구의 중국 이야기를 포장해 펀드를 팔았다. 리츠 펀드는 한국인 특유의 ‘부동산 불패 신화’와 결합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일본 펀드는 ‘잃어버린 10년’이 지났으니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전망에 돈이 몰렸다. 여기에 2005년 가장 성과가 좋았던 해외펀드라는 명성도 한몫했다. 물 펀드는 ‘중국인이 씻기 시작했다’는 한마디면 투자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했다.

 그러나 판매 이후 이들 펀드의 성과는 그야말로 ‘못난이’였다. 2007년 국내 주식형 펀드가 평균 5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때에도 리츠펀드는 마이너스 성과를 면치 못했다.

2008년에는 원금이 반 토막 났고, 2009년 상승장에서는 그 반등폭이 미미했다. 물펀드 역시 하락장에서는 많이 내리고, 상승장에서는 적게 오르며 투자자의 속을 끓였다. 일본펀드는 세계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은 물론이고 2007년과 2009년에도 꾸준히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변화의 조짐은 올 들어 감지됐다. 못난이 펀드가 달라졌다. 국내주식형 펀드가 원금을 까먹는 사이 물펀드는 14% 안팎의 수익을 냈다. 삼성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에서 물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이경식 매니저는 “수자원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도시화와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수요는 늘지만 공급량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부족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서 관련 기업이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워낙 비쌀 때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물펀드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수익률이 기대되는 만큼 무조건 외면하기보다는 물펀드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리츠펀드도 날개를 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다. 리츠펀드는 대부분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글로벌리츠부동산펀드는 올 들어 24% 수익을 올렸다. 특히 아시아 지역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골드만삭스아시안리츠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5%를 웃돈다. 리츠펀드는 전 세계에 상장돼 있는 리츠와 부동산투자신탁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배당이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전 세계 부동산에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환금도 쉬워 부동산 실물투자에 비해 매력적이다. 그러나 5년 누적 성과가 여전히 원금의 3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라 투자를 꺼린다. 신한금융투자 PWM압구정센터의 박재민 팀장은 “리츠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기존 고객의 환매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못난이 펀드의 과거 때문에 투자를 꺼리지만 전문가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리츠펀드가 좋은 투자 대안이라는 조언이다.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운용2팀 김선희 매니저는 “리츠 배당률과 국채 금리의 차이가 2.3%포인트에 달하기 때문에 2016년까지는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했을 때 리츠 투자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3형제 중 가장 못난 건 일본펀드다. 1, 3, 6개월은 물론이고 1, 3년 수익률이 모두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에 뒤진다. 5년이나 투자했는데도 여전히 원금은 반토막이다. 최근 엔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큰 기대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임광택 KB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 본부장은 “일본은 수출 감소, 내수경기 위축으로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내년 경제성장률도 1% 초반대로 하락이 예상된다”며 “경기 둔화 우려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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