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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읽을까] 중남미 문화를 알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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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머리 속에 어떤 지도가 들어 있을까? 적어도 미디어, 지식인들, 정치가들의 머리 속에 그려진 지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강뿐이다.

큰 폭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동남아와 중남미, 1970년대 이래 건설경기로 우리에게 활로를 열어준 중동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는 지독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세계화가 살 길" 이라고 외친다.

이미 세계의 문학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남미 작가들, 20세기 초엽 이래 미국 음악(곧 세계음악) 을 좌지우지하는 라틴 음악은 뒤로 밀쳐 두자.

이제 우리에게 중남미가 경제협력의 주요 파트너로, 수출시장으로 성장했다는 점만이라도 기억하자. 그런데도 제대로 된 정치.경제 소개서 한 권 찾기가 만만치 않다.

중남미사 전공 교수가 한 명도 없는 나라에, 하물며 미술.건축.음악 분야에 무슨 연구서가 있으랴? 라틴아메리카는 아직도 우리에겐 '미지의 땅' (terra incognita) 이다. 머리가 있고 의욕이 있다면 한번 빠져들 만하다.

역사부터 살펴보자. 카를로스 푸엔테스(서성철 역) 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까치.1997) 는 가장 포괄적으로 중남미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고급 입문서다. 대가다운 유려한 문장과 내용서술로 독자들은 마치 소설책을 읽듯 흥미롭게 5백년사를 더듬을 수 있다.

사회경제사나 정치사에 대한 해석이 빈약하지만, 대신에 문화에 대한 풍부하고 독특한 해석을 접할 수 있다. 이성형 편 『라틴아메리카 역사와 사상』(까치.1999) 도 중남미 5백년사를 대표적인 사상가 17인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간략히 살펴본 입문서다.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생태제국주의』(지식의 풍경.2000) 는 정복의 역사를 잡초.동물.질병과 같은 생태계의 전쟁으로 읽어내면서, 미주 대륙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문화 부분에 대한 입문서로는 정경원.신정환.서경태 공저의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이해』(학문사.2000) 가 있다. 다른 입문서에서는 엿보기 힘든 언어와 종교.건축.조형미술.음악.영화 등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짜임새 있게 정리되어 있어 일독을 권한다.

곽재성, 우석균 공저의 『라틴 아메리카를 찾아서』(민음사.2000) 도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대한 입문서로 좋은 책이다. 여러 종 나와있는 입문서와 달리, 두 저자는 32개의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하여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치와 경제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에드워드 루시-스미스의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시공사.1999) 은 중남미 현대미술사 분야의 훌륭한 입문서다. 멕시코의 벽화운동을 비롯하여 모더니즘.추상미술.표현주의.사실주의.팝아트.초현실주의 등과 같은 사조가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미로와 같은 중남미 문학을 더듬는 작가론을 집대성한 서성철.김창민 편의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사회』(까치.2000) 도 세계문학을 석권하고 있는 중남미 문학 작품과 작가들을 일별할 수 있는 좋은 지도책이다.

송병선의 『영화 속의 문학읽기-영화로 본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사회』(책이있는마을.2001) 는 영화화된 문학작품 18편을 살피며, 흥미로운 문화 엿보기와 해석을 시도한다.

요즘 유행하는 신화쪽에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키체 마야인들의 신화와 전설을 담은 『마야인의 성서-포폴 부』(문학과지성사.고혜선 옮김.1998) 는 메소아메리카 사람들의 우주관, 자연과 세계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칼 토베가 쓴 『아즈텍과 마야의 신화』(범우사. 1998) 는 메소아메리카의 신화에 대한 입문서로 좋은 책으로 『마야인의 성서-포폴 부』를 읽고 해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카란사 교수가 쓰고 송병선이 옮긴 『마법의 도시 야이누』(문학과 지성사.1998) 에서 우리는 페루의 안데스 산록에 사는 케추아 인디오들의 신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과거와 현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변용하면서 어려운 주변 환경에도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성형 <중남미 연구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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