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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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택지개발지구 1만1000여가구의 낡은 아파트들이 재건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이미 이주단계에 접어들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사업이 가장 늦은 곳도 조합을 세웠을 정도로 여타 다른 지역 재건축 사업에 비해 진척이 빠른 편이다.

고덕지구는 고덕동, 명일동, 상일동에 걸쳐 있는 총 93만4730㎡ 규모로 1980년대 초반 택지개발 사업으로 조성된 낡은 아파트 7개 단지와 단독주택이 모여있다.

송파구 잠실과 가깝고 올림픽대로, 중부고속도로, 서울 외곽순환도로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재건축만 되면 잠실에 버금가는 인기주거지가 될 곳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고덕지구의 또 다른 매력은 친환경 단지로 조성된다는 것이다. 주변의 크고 작은 공원들을 연결해 서울 동남권 최고의 친환경 첨단 주거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와 강동구의 계획이다.

교육여건도 좋다. 배재중·고, 명일중, 광문고, 한영중·고, 한영외고, 고덕중, 명일여고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들이 같은 학군에 있다.

지하철 5호선이 지구 한 가운데를 지나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한 편이다. 이곳에는 고덕주공 1~7단지, 고덕시영 아파트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고덕주공1단지는 2008년 재건축을 마쳐 고덕아이파크(1142가구)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인근 강일지구, 미사지구에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향후 3만가구 이상의 신도시급 주거단지가 형성될 전망이다.

사업 가장 빠른 곳은 고덕시영, 수익성은 고덕주공 7단지 꼽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고덕시영 아파트다. 현재 조합원들에 대한 이주비가 지급되고 있으며 연내 이주가 모두 끝나게 된다. 이주가 끝나면 철거가 시작되고 아파트 건설이 시작될 예정이다.

수익성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는 단지는 주공7단지다.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여서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등을 확실히 정하는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에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사업이 가장 빠른 고덕시영 아파트에 비해서도 일반분양분이 600가구 가량 많다. 일반분양물량이 많을수록 조합원들의 부담은 낮아지고 수익성은 좋아진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3단지는 현재 조합원들을 상대로 분양신청을 받고 있다. 분양신청이 끝나는 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가장 사업이 늦은 곳은 5·6단지로 조합설립인가 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수익성이 가장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4단지다.

단지 규모가 가장 작은 데다 단지가 길가 쪽으로 분산돼 있어 재건축을 마친 뒤에도 선호도가 가장 떨어질 것으로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2억원 투자해 5억원짜리 집 사면 2억원 가량 차익 볼 듯

투자금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도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단지로는 고덕시영이 꼽힌다. 현재 주택형에 따라 2억~2억8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지급되는 데다 경기침체가 계속 되면서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해 실투자금 1억~2억원대면 재건축 아파트를 살 수 있어서다.

고덕시영 43㎡형(이하 공급면적)의 현재 시세는 3억4500만원으로 이주비(이하 무이자) 2억원을 감안하면 1억4500만원이면 투자할 수 있다. 56㎡형도 이주비 2억5000만원을 감안하면 1억6500만원에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고덕동 D공인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문의가 많아지고 거래도 크게 늘어 급매물은 거의 다 팔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 수익성은 얼마나 될까. 고덕2단지 조합이 내놓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53㎡형(현재 시세 4억6000만원 가량) 보유자의 경우 전용 84㎡형 새 아파트에 무상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재건축을 마친 고덕아이파크(옛 주공1단지)의 전용 84㎡형 시세가 5억~6억원 대이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기반시설이 확충되면 7억원 이상 호가할 것으로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즉 2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변수 많아…단지별 상황 꼼꼼히 체크해야

하지만 투자를 위해서는 단지별 상황을 꼼꼼히 체크해야할 것 같다. 각기 다른 변수들을 안고 있어서다. 예컨데 고덕시영은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를 시작(선이주)한 상태여서 향후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걸 경우 사업지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덕2단지는 고덕지구 내에서도 유일하게 공공관리자제도가 적용되는 단지여서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합이 원하는 조건에 집을 지어줄 건설사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3단지(156%·현대건설)와 6단지(174%·두산건설), 7단지(164%·롯데건설)는 시공사와 약속했던 무상지분율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시공사와의 본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원들이 공짜로 받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는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는데, 요즘 같은 경기에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다만 앞서 시리즈 1편에서 소개한 강남 개포지구와 같이 소형주택비율 강화로 인한 잡음이나 마찰은 훨씬 덜 한 편이다. 실제 거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많은 데다 조합원들의 중소형 주택 선호도가 뚜렷이 높아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초기 자금 부담은 덜었을지 몰라도 경기 침체 등으로 일반분양가를 많이 낮추는 추세이기 때문에 예전만큼 시세차익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현재는 조합원 부담금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이기 때문에 공짜로 새집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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