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천수· 최태욱, '월드컵 16강 우리에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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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동갑내기의 '월드컵 드림' .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천수(고려대)와 최태욱(안양 LG)이 유럽 전지훈련에서 돋보이는 기량을 과시하며 꿈의 월드컵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999년 부평고를 전국대회 3관왕으로 이끈 두 선수는 고3 때 나란히 올림픽 대표에 뽑혔으며 졸업 후에는 대학과 프로로 갈라져 최고의 자리를 향해 각개약진했다.

◇ '천재형' 이천수

이천수의 천재성은 고교 시절부터 드러났다. 플레이 메이커와 최전방 공격수를 넘나든 이선수는 감각적인 패스 능력과 드리블, 반박자 빠른 슈팅력을 과시하며 '제2의 고종수' 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팀의 구애를 뿌리치고 유럽 진출을 전제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천수는 꼬리를 무는 악재에 시달려왔다. 시드니 올림픽 칠레전에서 넘어진 선수의 얼굴을 밟아 퇴장당했고 어깨.발목 등 부상이 끊이지 않은 데다 해외 진출도 여의치 않았다. 올해 초 국내 대회에서는 심판에게 폭언을 하는 등 좋지 않은 매너로 축구팬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도약할 준비를 끝냈다.

◇ '노력형' 최태욱

최태욱은 고교 시절 1백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폭발적인 슈팅력을 과시하며 골잡이로 명성을 드높였다. 그러나 지난해 안양에 입단해서는 공격수로 간간이 나섰지만 별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최선수의 체격이나 스타일이 공격수로 맞지 않다고 판단한 조광래 감독은 올 시즌부터 그를 오른쪽 윙백 자리에 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감독은 최선수가 성실한 개인 훈련을 통해 바뀐 포지션을 생각보다 빠르게 소화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최선수는 뛰어난 스피드로 터치라인을 점령, 공.수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며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었다.

◇ '악동' 과 '목사'

이천수의 별명은 '악동' , 최태욱은 '최목사' .

이선수는 좋고 싫음을 분명히 드러내는 신세대다. 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타고난 승부근성을 지녔지만 이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고교 시절 그를 지도했던 재현고 조정구 감독은 "천수는 조금만 흥분하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보복성 플레이를 하는 습관을 고쳐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최태욱은 성경 공부가 취미일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경기 때 흥분하는 법이 거의 없지만 너무 '순둥이' 같은 플레이가 약점이다. 조정구 감독은 "태욱이가 천수 만큼 근성이 있다면 훨씬 뛰어난 선수가 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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