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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휘 안받고 독자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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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이 사실상 모든 범죄를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하는 '경찰 수사권 독립 방안'이 경찰청에 의해 6일 확정됐다. 경찰은 오는 1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경찰청 업무보고에 이어 15일 이후 예정된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 업무보고 때 이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盧당선자가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던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가 본격적인 공론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경찰청 발전전략팀이 확정한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제1차적 수사기관으로서 모든 범죄에 대해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전면적.독자적 수사권을 갖는다.

반면 검찰은 기본적으로 공소업무에 전념하면서 공소유지에 필요한 2차 수사를 진행하며, 고도의 법률지식이 필요하거나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의 경우에만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1960년 4.19 이래 경찰에 의해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그때마다 검찰 등 관련 기관과의 의견 충돌로 좌절돼왔다.

한편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권 독립과 함께 99년 추진됐던 자치경찰제 도입은 여러가지 여건을 들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인수위 측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盧당선자는 지난해 6월 서울경찰청 기동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권력 분권 차원에서 경찰 분권을 해야 한다"며 수사권 독립을 시사했으며, 민주당이 이를 선거공약집에 명시했었다.

◇'경미한 민생범죄만 독자 수사'방안도=방안은 경찰을 1차 수사기관, 검찰은 2차적.보정적(補正的)수사기관으로 기능을 나눴다.

모든 범죄를 일단 경찰이 주도하고 종결하되, 고도의 법률적 판단을 요하거나 고위공직자.정치인 등이 연루된 범죄에 한해서만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것이다. 또 경찰에서 작성된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토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헌법(제12조 3항)에 명시된 검사의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부분은 현행대로 유지키로 해 영장청구 기능은 여전히 검찰에 두었다.

경찰은 이 방안이 검찰의 반대에 부닥칠 것에 대비해 절도.폭력.교통사범 등 민생범죄와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만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갖는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연간 범죄 발생건수가 1만건 이상이거나, 최고형량이 5년 미만인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치장 감찰권도 국가인권위로=검찰과의 관계에서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유치장 감찰권(형사소송법 제 198조)은 검찰에서 인권위원회로 넘기도록 했다. 또 ▶관할구역 외 수사시 검찰에 보고의무(형사소송법)▶경정 이하 수사경찰관 교체임용 요구권(검찰청법 등)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밖에 내부 규정인 사법경찰관 집무규칙에 규정된 ▶범죄 발생시 검찰에 보고의무▶정보상황 검찰에 보고 의무 등도 전반적으로 손질해 검찰과 경찰을 대등한 수사기관으로 격상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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