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가을의 고전 월드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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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고전'(Autumn classic)이라 불리우는 월드시리즈는 1903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벌써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셈이다. 80년하면 역사가 짧은 미국에선 고전이라 불리워도 좋은 세월이다.

지금은 꽤 자리가 잡혀 전 미국의 축제가 되고 세계 60여나라에 인공위성을 통해 중계가 되고 있지만 초창기엔 꽤나 웃기는 일이 많이 벌어졌다.

근대적 의미의 월드시리즈를 처음 제창한 사람은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가지 못한 이름없는 바니 드레이퍼스라는 사람이다.

한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구단주이기도 했던 드레이퓨스는 1903년 8월 당시 보스턴 필그림즈의 구단주였던 헨리 갈릴레아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띄웠다.

'이제 아메리칸리그의 우승팀과 내셔널리그 우승팀이 진짜 결승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9차례 싸워서 먼저 5번 이기는 팀이 진짜 챔피언이 되기로 하면, 구단은 돈을 벌고 선수들도 신날 것 같은데요.'

갈릴레아씨는 이 편지를 당시 아메리칸리그 회장이던 반 존슨 씨에게 보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사이 영이란 투수가 우리 리그소속 타자들을 형편없는 멍청이들이라고 했다는 군요."

이말에 화가 난 존슨은 즉석에서 월드시리즈 참가를 결정했다. 이래서 탄생된 것이 바로 '가을의 고전'이다.

1900년대엔 시카고 트리뷴지의 야구기자이던 휴 플러튼이 월드시리즈 예언가로 이름을 떨쳤다. 1906년 그는 타율이 형편없던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4승2패로 이길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의 예언대로 화이트삭스가 우승, 이어 1907년·1908년·1909년 등 4년 연속 그의 예언은 들어맞았으며 그 이후 월드시리즈가 시작되면 전 미국의 각 신문들이 그의 예언기사를 실기위해 혈안이 되었다.

전통과 관록을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도 드디어 1912년 1면톱에 돌러튼의 예언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은 불행히도 보스턴이 뉴욕 자이언츠를 이길 것이라는 것이었다.

화가 난 뉴욕시민들이 워싱턴광장에서 뉴욕 타임스를 불지르고 타임스紙 건물에 썪은 달걀세계를 퍼부었으나 이해 월드시리즈는 틀러턴의 예언대로 4승3패로 보스턴이 이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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