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차출 마음대로 프로축구 희생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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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선발된 소속팀 선수 7명의 차출을 거부한 안양 LG가 6일 경기도 구리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새해 첫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오전 10시부터 두 조로 나뉘어 웨이트 트레이닝과 가벼운 러닝으로 2시간 정도 훈련을 했다. 최태욱.박용호.김동진.최원권 등 제주도에 있어야 할 선수들이 대열의 선두에서 달렸다.

조광래(사진) 감독은 단호한 표정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표팀을 운용해야 한다. 대표 소집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는데다 그나마 그 규정까지 지키지 않으면서 프로팀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1993년에 개정된 축구협회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올림픽.아시안게임.아시안컵 본선이나 이에 준하는 대회는 경기일 전 30일, 국외 개최 국제대회는 출국일 전 20일, 국외 개최 친선경기는 출국일 전 7일부터 선수를 소집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올림픽팀 소집은 이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

조감독은 "지난해도 협회의 주먹구구식 대표 차출 때문에 정규리그 막판 중요한 경기에서 무너졌다. 이제는 대표팀 운영의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수원 삼성 김호 감독도 "이제는 한국 축구의 숙원인 월드컵 16강을 넘어 4강까지 했다. 더 이상 프로팀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표팀 성적을 끌어올릴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며 조감독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남광우 사무총장은 "김호곤 감독과 김진국 기술위원장이 만나 안양 소속 대표선수 숫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다. 대표 선발 규정은 변화된 현실에 맞춰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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