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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DJ후보 시절 아들 사퇴 요구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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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한길

김한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31일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도 깜짝 놀라고 우리도 너무하지 않나 하는 정도의 쇄신안을 정신없이 쏟아내야 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초선 의원 모임’ 초청 토크콘서트에서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내에선 곧바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퇴진론이 재점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안 후보는 정치쇄신 구호 하나를 걸고 저만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혹시 쇄신안을 못 내는 게 (쇄신의) 첫 단계인 인적쇄신에 걸려 있어서 그런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내 반발을 제압하면서 쇄신하는 게 지도력”이라며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핵심적으로 선거를 이끄는 분들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호남도 돌아오고 단일화도 이긴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그때(민주당 경선) 말했던 만큼의 쇄신 의지를 갖고 있는가”라고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거론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룰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문 후보에게 ‘절대 안 후보를 공격하지 마시라. 형님이 아우를 대하듯 해야 한다’고 직접 간청했다”고 밝혔다. “우리에겐 안 후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분들이 중요하다. 우리 편으로 안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력은 박박 긁어모아야 조금 이기고, 조금만 방심하면 왕창 지는 세력”이라며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낙관론에 빠져 널널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가 “저도 다 내놓겠다”고 말하자 안민석 의원이 “머리부터 까만색으로 염색하라”고 농을 던지자 “뭐든지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날 그는 1997년 대선에 앞서 초선 의원 7명과 함께 김대중 후보를 찾아가 장남 김홍일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아버지가 대통령 하면서 아들이 국회의원이면 국민에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김 의원의 사퇴를 요청했다. 그때처럼 DJ가 화내는 것은 처음 봤다. 다음날 DJ가 불러 집으로 찾아갔더니 아들 얘기를 하시면서 눈물이 글썽글썽해지셨다. 나도 눈물이 쏟아졌다.” 후보에게 직접 아들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절박감이 있어야 승리한다는 취지다.

 그는 또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 합의 문건에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노 후보 선대위의 높은 분이 전화해서 ‘협상을 깨고 오라’고 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어떻게 이회창 후보에게 정권을 진상하느냐’면서도 몇 시간을 고민하다 그날 협상을 타결시키고 왔다”며 “얼마 전 그분을 만나 왜 그랬는지를 10년 만에 물었더니 ‘여당이 대선 후보도 못 내고 당이 남아날까 걱정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김영환 의원은 “우리 후보가 이기려면 노무현 후보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줘야 한다”며 “문 후보의 집권이 노무현 2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문재인식 정책·워딩·선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엔 강창일·안민석·정성호·문병호·황주홍 의원 등 주로 당내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20여 명이 참석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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