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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서 전단 날리면 北안간다? "휴전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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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9일 임진각에서 주민들이 대북 전단 보내기 국민연합 측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대북전단보내기 국민연합 등 20여 개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이 임진각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 5만 장을 대형 풍선 7개에 담아 하늘로 날렸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북의 보복 공격을 우려한 일부 주민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보수단체 회원을 막아섰다.

지난달 22일에도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련)가 임진각에서 전단 20만 장을 살포하려 했지만 북한이 “임진각을 타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경찰이 임진각 출입을 통제했다.

 보수단체들은 전단 살포 장소로 대개 임진각을 택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데다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진각에서 대북전단를 날려보내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탈북자 출신으로 13년째 대북전단 풍선을 날린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임진각은 풍선을 날려 보내는 데 최악의 장소”라고 말했다. 북한으로 넘어갈 확률은 낮은 반면 북한을 자극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장은 “임진각이 있는 서부전선은 중부나 동부전선보다 위도가 낮아 풍선이 남서풍을 타고 동북쪽으로 날아가더라도 휴전선을 넘지 못하고 포천·연천·철원 등지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동쪽으로 북한 영토를 마주보고 있어 편서풍을 이용할 수 있는 백령도가 풍선을 날리는 데 최적지”라고 덧붙였다.

 기상청 관계자도 “임진각에서 풍선을 날리면 편서풍 때문에 고도 4000~6000m 상공에서 대부분 동해상으로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진각 인근 경기 포천경찰서 관계자도 “북한으로 날린 풍선이 관내에 떨어진 것을 자주 목격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탄절에 보수 시민단체인 한반도평화국제연합 등이 대형 비닐풍선 4개를 이용해 양말 800켤레와 전단 800장을 담아 띄웠으나 바람을 타지 못한 채 강화도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1월에도 보수단체들이 모여 대형 풍선 7개를 날렸지만 2개는 올라가던 중 터졌고 5개는 남쪽으로 날아갔다. 지난해 4월 임진각에서 띄운 대형풍선 역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동남쪽 30㎞ 지점인 의정부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했다. 김정일 사망 발표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21일과 장례식이 열린 28일에도 탈북자 단체 등이 임진각에서 풍선을 날렸지만 강한 북서풍 때문에 실제 북한으로 날아간 게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임진각 전단 풍선 공개행사는 후원금을 모으고 단체를 홍보하는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북민련 박상학 대표는 “한반도 주변 기류는 하루에도 5~6번씩 변한다”며 “조건이 안 좋아도 30% 정도는 북한으로 날아간다”고 반박했다. 그는 “후원자들에게 우리 활동을 증명하고 홍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우리가 날리는 풍선이 북으로 안 가면 북한 당국에서 왜 그렇게 난리를 치겠나”라고 해명했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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