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명수문장 김병지의 비애(?)

중앙일보

입력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수문장 김병지(31)가 또 한번 울었다.

한국의 정상급 수문장 김병지는 1일 포항전용구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서`실책아닌 실책(?)'을 하며 그간 쌓아왔던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김병지는 후반 6분 수원 신홍기가 프리킥을 했을 때 부심이 깃발을 드는 것을 보고 오프사이드 판정을 한 것으로 판단, 골문으로 들어오던 볼을 막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뒀다.

결국 김병지의 뜻과 달리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하지 않았고,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 그 골은 팀이 선두를 수원에게 헌납하게 만든 결승골이 됐다.

김병지 개인적으론 충분히 억울함을 하소연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에 스스로 판단했다는 과실과 골문으로 오는 볼은 어떤 상황에서든 우선걷어 내야 하는 골키퍼의 기본업무를 망각한데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웠다.

김병지는 전날까지 K-리그에서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할 만큼 철벽수비를 자랑하고도 유럽전지훈련에 앞서 선발한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지난 1월 홍콩 칼스버그컵대회때 골문을 비운 실수(?) 때문에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지만,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새 둥지인 포항에서 최선을 다했었기에 아쉬움은 더 커졌다.

누가 뭐래도 김병지는 화려한 대표선수 경력이 보여주듯 한국의 정상급 수문장으로서 골을 막는 순발력, 수비진을 조율하는 능력, 파이팅 등에서 아직도 최고로인정받는 명수문장. 하지만 이날까지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골문을 비운 일과 섣부른판단으로 골문을 향해 날아오는 볼을 외면(?)한 것 등 자신에게 붙여지는 화려한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기본기에서의 일탈이었다.

당사자에게는 불운의 연속이지만 김병지는 화려함에 앞서 본분에 충실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리를 모든 축구인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줬다. (포항=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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