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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인물과 사건] 이름만 대면 세계가 알아주는 싸이·반기문, 그 내공은 어떻게 쌓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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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지긴 높아졌나 봅니다. 세계인에게 이름 석 자만 꺼내면 ‘아!’하고 단박에 알아차릴 인물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지요.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들은 기업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국한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삼성의 나라” 혹은 “현대자동차의 나라”라며 신기해 하거나, 박세리·박지성·김연아 같은 스포츠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요즘은 다릅니다. ‘한국’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강남스타일’이더군요.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나 유학생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요즘 싸이 덕분에 한국인이라고 말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듣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 석 자만 대면 알 만한 한국인이 또 있지요.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입니다. 25일자 신문에 반 사무총장과 싸이의 만남을 다룬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둘이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기자회견장에서 말춤을 추며 활짝 웃는 사진도 함께 실렸고요. 작은 눈과 낮은 코, 동그란 얼굴 …. 전형적인 한국인의 외모를 가진 두 사람이 세계인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세대까지만 해도 ‘세계의 벽’이라는 말을 참 많이 했어요. 우리나라 안에서 아무리 잘해도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 세계에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는 것은 꿈도 못 꿨지요. 하지만 어느새 국내에서 인정받는 순간, 세계 일류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 시대가 열렸습니다. 마치 여자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내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게 더 피가 마른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산업·문화·스포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원인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치열한 경쟁, 비정상적이라고 부르는 교육 열기, 부당하다고 외치는 각종 제도들이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너무 치열하고 뜨겁다 보니, 이런 경쟁을 이겨낸 이들은 세계 무대가 아무것도 아닌 양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건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도 어렵고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말고 한번 이겨내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딱 한 번만 이겨내 본다면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쳐도 ‘이 정도쯤이야’하고 웃어넘길 힘 있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까요.

 이민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세계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두 사람, 유엔서 ‘말춤’
▶ 2012년 10월 25일자 중앙일보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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