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싸이에게 질투가 많이 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찾은 싸이에게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뜸 농담을 건넸다. 그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사람이었는데 이젠 싸이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하게 됐다”고 말하자 폭소가 터졌다. 본격적인 미국 활동 재개를 위해 뉴욕에 온 싸이는 이날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특별홍보대사 자격으로 반 총장 집무실을 방문했다. 반 총장과 싸이는 이어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연 유니세프 후원행사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싸이를 만난 반기문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는 “실물이 훨씬 잘생겼다”며 “한국인으로 너무 자랑스럽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음은 반 총장과 싸이의 대화록.
▶싸이=여러분(외신기자들)은 지금 세계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유명한 한국인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거다.
▶반기문 총장=싸이는 너무 ‘쿨(cool)해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돼달라.(웃음) 유튜브에서 내가 헤아려 봤는데 강남스타일이 5억3000만 클릭이 넘었더라. 환상적이다. 5000만 한국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세계인이 본 거다.
▶싸이=그러고 보니 반 총장님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건수를 10클릭 이상은 올려주신 것 같다.(웃음) 저로선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반 총장님은 한국인에겐 가장 존경스러운 분이다. 그런 분이 나를 아는 것만도 영광인데 내 뮤직비디오 클릭수까지 직접 헤아려보셨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처음 2위했을 때보다 더 감격했다.
▶반 총장=싸이는 좋은 노래를 많이 불렀으니까 머지않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 거다.
▶싸이=한국사람들은 정말 다이내믹하다. 처음 빌보드 2위를 했을 땐 월드컵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가 ‘와’하고 환호했다. 두 번째 2위를 했을 때도 ‘와우’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하더라. 세 번째 2위를 하니까 ‘왜 이래!’(come on!) 했다. 그래서 4주째 2위란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줄행랑을 쳐온 길이다.(웃음)
▶반 총장=유엔에서는 늘 어려운 협상이 진행된다. 강남스타일을 들려주면 사람들이 좀 더 마음을 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싸이가 ‘유엔스타일’을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싸이는 미국 활동 계획도 밝혔다.
- 반 총장을 만나고 왔는데.
“오늘은 어떤 날보다 비현실적인 것 같다. 반 총장님께서 나를 질투하신다고 하니 너무 영광이었다. ”
- 전 세계 5억 명이 본 인기 비결은.
“재미있어서, 웃겨서가 아닐까. ”
- 뉴욕 메디슨스퀘어 가든 공연은 .
“올해 안에 해보려고 했는데 12월까지 대관이 다 차서 날짜를 잡을 수 없었다. 내년 초에 하려고 한다.”
- 미국 앨범을 계약한 스타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 회사에 저스틴 비버가 소속돼있는데 함께 공연하나.
“ 내년 초 공연은 단독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