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정기예금 금리 더 내리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국민.주택 합병은행장 후보로 선임된 김정태(金正泰.54.사진)주택은행장은 여유가 있었다.

본부장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었기 때문에 직접 할 일이 적다는 그는 지난 1일 국민은행 노조가 金행장의 합병은행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시간이 약" 이라고 말했다.

합병은행의 위력은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민.주택은행이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연 4%대로 내리자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금리를 낮췄다.

金행장은 "고시금리는 4.9%지만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5.6%인데, 원가를 생각하면 4.85% 정도로 내려야 한다" 고 말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 현 금리 수준도 높다는 말인가.

"오늘 우리 은행 금융채를 연 5.45%에 발행했다. 그런데 정기예금은 금리도 높은 데다 인건비.지불준비금 등으로 0.6%포인트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조달비용만 따지면 정기예금 금리가 금융채와 같은 수준인 4.85%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

- 대출금리가 내리는 속도는 더딘데.

"결국 대출상품도 낮은 금리로 만들어 팔 수밖에 없다. "

- 금리가 너무 낮으면 고객이 은행을 떠날 수도 있는데.

"올해 우리 은행에서 판매한 수익증권이 6조원이다. 은행권 전체 수익증권 판매액의 절반을 넘는다. 또 새로운 개념의 보장형 펀드를 팔려고 한다.

손실이 났을 때 원금의 90%를 보장하는 동시에 이익이 나도 최고가의 90%만 주는 방식이다. ING(주택은행의 대주주)가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 성공한 상품으로, 곧 도입하겠다. "

金행장은 예금 금리가 낮아져 이자소득 생활자에게 미안하다며 정부도 일정액 이하의 이자소득에 대해선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병주 합병추진위원장은 합병은행장을 뽑은 뒤 합추위원장을 사직하면서 金행장에게 "축하보다 동정심이 앞선다" 고 했는데.

"김병주 위원장의 이임사 중 '사람만 자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량은행간 합병인데 사람 정리에 초점을 맞춰선 안된다. " (金행장은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생산성의 분모(인력)를 줄이는 것보다 분자(성과)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합병은행은 앞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인가.

"현재 두 은행은 개인고객의 경우 중산층과 서민, 기업고객은 중소.중견 기업과 자영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두 은행이 취약한 고액 예금층을 공략해야 한다. " (金행장은 이면지에 합병은행의 고객 포트폴리오를 직접 그리며 설명했다. )

- 어느 계층이 고액 예금층이며,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예금이 5천만원을 넘는 손님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프라이빗 뱅킹(PB)을 강화할 것이다. 예금은 물론 보험.수익증권도 팔고 부동산.세금.법률문제도 상담해야 한다.

외국에선 부인에게 못하는 얘기를 PB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PB 양성에 주력하고, 여의치 않으면 외부에서 스카우트하겠다. "

- PB용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국민.주택이란 이름은 서민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를 깨기 위해 합병은행 소속이지만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을 만들고 브랜드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우선 서울에 10개 정도의 PB센터를 만들 생각이다. "

-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문화나 조직구조가 상당히 다른데.

"3년 전 주택은행에 왔을 때로 돌아간 셈이다. 시스템을 확 바꾸겠다. 구성원의 합의가 중요하다. "

- 합병은행을 뺀 나머지 은행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다른 은행들도 현 상태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생존 차원에서 합병이나 지주회사 설립 등 여러가지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본다. 결국 두세개의 큰 은행에 금고와 같은 지역 밀착형 금융회사로 개편될 것으로 본다. "

金행장은 주택은행장으로서 스톡옵션을 받는 대신 월급은 매달 1원만 받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으나 생활이 어렵다며 합병은행장이 된 후엔 월급을 받겠다고 말했다.

대담=양재찬 경제부장 정리=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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