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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와 약혼 밀스 자서전 출간

중앙일보

입력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59) 와 최근 약혼을 공식 발표해 화제를 모은 영국의 장애인 인권운동가 헤더 밀스(33) .

'예스터데이' 와 '렛 잇 비' 의 작곡자 매카트니의 명성에 비하면 한국 독자에게 밀스란 이름은 다소 낯설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 그녀의 자서전이 번역 출간돼 눈길을 끈다.

『내 운명의 창고에 들어 있는 특별한 것들』(나남출판) . 그녀의 짧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이 책은 그녀가 매카트니와 만나기 전인 1995년 영국에서 출간돼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녀의 운명의 창고엔 특별한 것들이 유난히 많다.

성장기 비극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자의 좌절을 딛고 인권운동의 큰 이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녀가 '교활한 정신병자' 라고 표현하는 아버지의 상시적 폭력을 피해 어머니가 집을 떠나자 9살의 밀스는 동생을 돌보며 가계를 떠맡는다. 학교는 13살까지만 다녔다. 14세에 자신도 가출해 홈리스로 전락.

빵가게 종업원, 웨이트리스 등을 전전하다 모델로 입문한 그녀는 마침내 수영복 광고모델로 성공하게 되지만 여기까진 예고편이다.

그녀의 운명을 바꾼 계기는 두 가지. 하나는 90년 22살 때 휴가 차 유고슬라비아에 가서 내전의 참상을 목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공가도들 달리던 93년 경찰 오토바이와 충돌사고로 왼쪽 무릎 밑 다리를 절단하여 장애자가 된 일이다.

아픈 만큼 느낀다고나 할까, 90년에 자신이 유고 내전의 실상을 서방세계에 알리려 찍어 온 사진에 누군가의 떨어져 나간 왼발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을 새삼 발견한다. 왼발을 잃은 미모의 모델 처지와 유고 내전의 처참함이 그녀의 내면에서 공통분모를 찾은 듯 그녀는 의족(義足) 5천 개를 내전 현장에 보내는 대행진을 성공리에 마치고 내처 지뢰반대운동에도 적극 뛰어든다.

운명의 창고를 스스로 채워가며 인간 승리의 한 전형을 보인 그녀는 이후 96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고 지뢰반대운동을 펼치다 매카트니와 만나게 된다. 이 책의 번역자 김진희씨도 교통사고를 당해 왼발을 절단한 장애인이다.

김씨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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