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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대하사극 '상도'의 이재룡

중앙일보

입력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시 화이로우(懷柔)현 비등(飛騰)중국대만합작오픈세트장. 탤런트 이재룡(37)은 얇은 면 T셔츠 한장만걸치고 있어도 비오듯 땀이 쏟아지는 섭씨 40도의 폭염 속에서 '배자'라고 불리는푸른색 솜옷을 입은채 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더위속에서도 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이재룡은 오는 10월 방송될 MBC의 대하사극「상도」(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에서 정3품의 관직까지 오르는 조선 후기 최고의 거상 임상옥역을 맡았다.

이날은청년 임상옥이 송도 상인단의 말몰이꾼이라는 미천한 신분으로 청나라에 와 옌칭(燕京)의 저잣거리를 구경하면서 그 거대한 규모에 놀라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중.

「상도」의 연출자 이병훈PD는 이재룡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데 대해 "동양의큰 부자들 대부분이 편하고 믿음을 주는 인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드러운 인상 속에 강렬한 의지가 엿보이는 그의 눈빛을 촬영현장에서 만나고보니 이PD의 의중이 이해가 될 법했다.

"지난 해 소설「상도」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어요. 그래서 작가인 최인호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기도 했지요. 아내(탤런트 유호정) 가 최 선생님을 잘 알거든요.그 때 '이 소설이 드라마화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드라마의 주연을맡게돼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촬영 도중 잠시 시간을 낸 이재룡은 MBC가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거대한 스케일의 사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는 듯 했다.

드라마「상도」는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것이지만 30% 정도의 내용만을원작에 기대고 많은 부분은 새롭게 각색된다. 임상옥과 상권대결을 벌이는 박주명(이순재 분), 박주명의 딸이자 임상옥을 남몰래 사랑하는 다녕(김현주 분) 등 주요등장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드라마에서 임상옥이 보여주게 될 활약상도 한국, 중국, 일본 등지 근대 기업가들의 실제 성공사례에서 차용한다는 방침이다.

"아무래도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서는 원작에서 많이 벗어날 수밖에 없겠죠. 마냥 딱딱한 이야기만 방송되면 시청자들이 따분하지 않겠어요? 감독님, 작가선생님,노련한 동료배우들을 믿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상도」를 생각할 때 지난 해 62.5%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사극「허준」을 떠올린다. 작가, 연출자 및 몇몇 주요 연기자들이 같기때문. 게다가 소설「상도」는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니, 주인공 이재룡의 어깨가 무거울 만도 하다.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만큼 열심히 하면 더욱 큰 보람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재룡은 임상옥에 대해 "상인이 그다지 대우를 받지 못하던 시절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이재를 생각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부가 존경받지 못하는 오늘날의 풍토에서 그의 상인정신은 기업가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될만하다는 것.

최근 이재룡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어. 중국과 조선을 넘나들며 '사업'을 펼치는 임상옥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대사의 유연한 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대학생에게 개인교습을 받고있지만, 중국어 특유의 성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재룡은 현재 KBS 2TV 주말드라마「동양극장」에서도 주인공 황철로 출연 중이다. 1930년대 연극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이 드라마 또한 KBS가 공들여 준비한 '대작'. 두편의 '대작'에 연이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이재룡은 연기경력 15년만에 비로소전성기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왜 제가 두편의 대작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신기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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