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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역 아르바이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부터 용돈을 벌기위해 보조 출연자(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서호열(27.명지대 3년 휴학)씨는 출연작만 벌써 4편이다.

「베사메무쵸」의 행인,「엽기적인 그녀」의 지하철 승객,「흑수선」의 피의자,「화산고」의 고등학생까지 제법 굵직굵직한 화제작들이 출연작 목록에 올라있다.

단역을 맡고부터 서씨는 영화 감상법이 달라졌다고 한다. 주연 배우들보단 뒷배경과 엑스트라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지하철 탈 때 거기 앉아있는 사람이 바로 저에요.

몸은 피곤하지만 경험도 쌓을 수 있고 재미도 있어요. 다른 일보단 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고 수입도 짭짤하거든요. 또 친구들 만나면 할 이야기도 많아지고..." 최근 엑스트라 아르바이트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얼마 전에는 장선우 감독의「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제작 기획시대)이 부산지역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나이트클럽 장면에 출연할 엑스트라 2명을 모집했는데 무려 1백 여명이 몰려 화제가 됐다.

엑스트라 전문 알선 용역 업체인 '나눔기획'은 매일 면접을 본 뒤 보조 출연자들을 모집하는데 최근 들어 응모자가 5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김명철 나눔기획 대표는 "대부분 대학생이나 휴학생 혹은 연기자 지망생들이며,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인지 대학 졸업자들도 많이 몰린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엑스트라 연기자들만의 걸음걸이, 연기법, 카메라 응시법 등 `엑스트라 길라잡이'까지 친절하게 소개돼 있다.

시트콤이나 청소년 드라마는 걸음걸이가 빠르면서 경쾌하고, 멜로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리다. 세트장 녹화의 경우는 야외 촬영할 때보다는 장소가 좁아엑스트라의 걸음도 느려지게 된다.

예전과 달리 대사 한,두마디는 처리할 수 있는사람을 선호하기때문에 경험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 특히 `깡패영화'의 `붐'을 타고 `조폭'역을 맡을 엑스트라에 대한 주문은 쏟아지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약골'이라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보수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한 편당 평균 2만5천원~ 3만원을 현장에서 지급받는데, 출연 섭외가 많을 경우 한달 평균 70-90만원까지 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엑스트라 출연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화 촬영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데다 `스타'까지 만날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에따라 영화사들은 이같은 젊은이들의 참여 열기를 이용한 각종 이벤트까지마련해 영화 홍보에 이용하는 추세다.

「엽기적인 그녀」의 경우, 차태현이 전지현의 `협박'에 못이겨 여학교를 찾아가 꽃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모두 인터넷 이벤트에서 당첨된 사람들. 대부분 전지현이나 차태현 팬들이다.

「흑수선」도 최근 영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 엔키노(www.nkino.com)와 함께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엑스트라 모집 이벤트'를 마련했다.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기념품 및 시사회권을 제공하는 한편, 영화 크레디트에 이름도 올려준다.

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홍보 담당 김경미씨는 "이벤트를 통해 엑스트라들을모집하면 제작비도 절감될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한 사람들의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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