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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 미사일이 애들 장난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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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패트리엇 미사일(PAC). 미사일 잡는 미사일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정도로 갖추려면 조 단위의 돈이 든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을 결정해 현재 실전에 배치되고 있는 PAC-2도 1조원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국방부가 또다시 PAC-3를 들여오려 하는 모습이다. PAC-2도 아직 다 들여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PAC-2의 명중률이 40%밖에 안 돼 미사일 요격 기능이 부실하다는 게 근거다. PAC-3의 명중률은 70%나 된다고 한다.

 그럼 여기서 당연히 따져볼 게 있다. 미사일 잡는 미사일(PAC-2)을 전투기 요격용으로만 쓰려 했는지, 지금까지 쏟아부은 1조원은 예산낭비였는지,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PAC-3 도입의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4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직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PAC-3 도입 의사를 미리 밝혔다.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우리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가 연장된 직후에 나온 주장이어서 오해를 부르고 있다.

 PAC-3 도입론뿐이 아니다. 국방부가 구축하기로 한 킬체인(kill chain) 시스템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역시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낳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보일 때 즉시 발사대를 무력화시키는 타격 시스템이다. KAMD는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 땅에 떨어지기 전에 공중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둘 다 우리에겐 필요하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니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맞바꾼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편입하는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산 무기 도입을 사전에 약속했을 것이란 확인되지 않은 소문마저 돈다. 물론 국방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의구심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가 조 단위 무기체계를 거론하는 동안 최전방의 병사들은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나. 추위가 몰려왔지만 방한복이 모자라 서로 돌려입기를 한다. 일반전초(GOP)의 CCTV엔 화상 채팅용에나 쓰는 5만원짜리 카메라를 달아 놨다.

 그런데도 후방의 장군들은 거대 무기체계를 호기롭게 입에 올리고 있다. 공중급유기가 있어야 한다, 잠수함이 더 필요하다는 식이다. 내년도 국방부 예산이 34조6000여억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각 군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분위기다. PAC-2나 PAC-3가 툭하면 바꾸는 애들 장난감인가. 국방부의 호기에 납세자는 간이 떨어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