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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달라진 청와대 모습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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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가 일대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열린 청와대, 일하는 대통령' 개념에 맞는 체제 구축이 새롭게 선보일 청와대의 모습이라고 한다.

청와대를 정책 기획과 주요 현안 조정 중심으로 축소 개편하고, 대통령이 참모들과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국사(國事)를 토론하는 방향이 바람직스럽다.

그런 측면에서 盧당선자가 "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구조"라며 집무공간 재배치 검토를 대통령직 인수위에 지시한 것은 참신하게 다가온다.

사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사이의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격리가 아니었다. '10분의 동선(動線)'은 제왕적 대통령과 기계적 보좌진 간의 경직성을 더했다.

이로 인한 비효율은 물론 국정 지연.왜곡도 없지 않았다. 집무실.비서실 배치와 관련해 몇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어떤 형태이건 공간 근접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니는 것임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은 폐쇄적 국정운영 탈피와 허심탄회한 민심 전달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는 청와대 조직을 정책 기획과 주요 현안 조정 기능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

일상적 행정업무나 부처 통할 기능을 총리실로 이관하는 대신 핵심 국책과제나 현안에 집중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대한 비서실 조직은 불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넥타이를 푼 대통령과 참모들은 보다 내실있게 국사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며 전체적인 효율성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초기 청와대 개방.집무실 문턱 낮추기를 공언했으나 경호 등을 이유로 결국은 흐지부지됐다. 또 내각에 권한 대폭 위임 등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이 허다했다.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는 조직.인사 모든 부문에서 획기적 개혁을 다짐하고 모색하는 노무현 정부가 전임들과는 다른 모습을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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