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업 탐구] 우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우유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흰 우유의 판매량이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흰 우유는 마시는 우유의 70%를 차지하는 업계의 대표 상품이다.업계에서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위기 의식까지 팽배하다.

업계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영양 덩어리 ‘완전식품’인 우유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시대가 다시 찾아오길 고대하고 있다.흰색 상품 일변도에서 탈피,다양한 맛의 우유를 잇따라 선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천덕꾸러기 된 흰 우유=신세계백화점 계열의 할인점인 이마트는 요즘 우유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 51개 이마트 점장들은 매일 아침 흰 우유를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머리를 싸맨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팔린 1ℓ짜리 흰 우유는 80억원어치로 줄잡아 8백만개다. 이는 2001년의 98억원(9백30만개)에 비해 매출이 20% 가까이 준 것이다.

이 회사의 김대식 과장은 "흰 우유 매출액이 전체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고객이 많이 찾는 10대 품목 중의 하나여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품"이라며 "그러나 매출이 점점 줄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와 낙농가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흰 우유는 1백34만9천t으로 전년(1백46만6천t) 대비 7.9%나 감소했다.

판매가 줄어드는 만큼 남는 우유는 분유로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분유 재고는 1만8천3백t으로 공장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는 전년(5천8백t) 대비 세배가 넘는 양이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웃돈을 들고 분유를 보관할 만한 창고를 찾아나서는 실정이다.

영남대 조석진(생물자원학부)교수는 "낙농기술 발달로 젖소 한 마리가 생산하는 원유(原乳) 생산량이 최근 3년 새 4.1%나 증가했다"며 "업계가 남는 우유를 분유로 만들어 제과점이나 제빵업계에 팔아야 하지만 1995년 시장이 개방돼 국내산 분유가 수입제품에 밀려 가격경쟁력을 잃으면서 덤핑 판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유가 신세대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한 것도 소비 정체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90년 학교급식을 통해 하루 4백23만개의 우유가 소비됐으나, 2001년에는 이보다 17.3%나 감소한 3백50만개로 떨어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우유가 주스 등 대체음료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우유 생산 포기업체 속출=요즘 시중에는 "제값 주고 우유를 마시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업체들이 1천㎖ 흰색 우유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2백㎖짜리를 덤으로 주는 등 소비를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는 흰 우유 소비량이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유가공협회의 박상도(朴相道)부장은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 수록 흰 우유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1백31만3천t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체들은 경영이 악화되면서 잇따라 우유 생산에서 손을 떼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대구우유, 모닝벨우유, 광주.전남우유, 건국우유, 태백산우유, 경북낙협, 경남낙협 등이 우유 생산을 포기했다. 또 축협중앙회는 목우촌우유를 매일유업에 넘겼다. 삼육대학식품도 두유 생산에 전념하기로 했다. 2000년 상반기 32개이던 업체수가 현재 24개로 줄었다.

남양.매일.서울우유.한국야쿠르트 등 대형 업체를 제외한 중소업체들은 통폐합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유 생산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중심이 돼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우유 먹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방송에 연일 공익 캠페인이 나가고 우유의 영양가치를 재조명하는 심포지엄, 우유 시음회, 우유를 이용한 요리실습이 열린다.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도 이같은 어려움을 알고 불우시설에 우유를 보내는 '사랑의 우유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유 이외의 다른 유제품의 판매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주도하는 발효유(요구르트)의 시장 규모는 2001년 9천3백50억원에서 지난해 9천8백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윌(한국야쿠르트).위력(남양).구투(매일).위화장력(해태유업) 등 위(胃) 건강을 강조한 발효유가 소비자들에게 먹혀든 덕분이다.

치즈는 외식산업의 성장과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젊은층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연간 20%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양.매일유업이 양분하고 있는 조제분유는 수입제품과 힘든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시장이 5천6백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우유업계는 다양한 기능을 첨가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울우유가 면역력 강화를 내세운 '헬로우 앙팡'을, 매일유업은 '뼈로 가는 칼슘 우유'를, 남양유업은 천연DHA 우유 '아인슈타인'을 내놓으면서 기능성 우유의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뼈가 튼튼 칼슘 우유(롯데)''우리가족 칼슘 사랑(남양)' 등 칼슘을 주제로 한 제품이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업체마다 가공우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코.딸기.바나나.멜론 향을 내놓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과일 농축액이나 커피 추출액을 넣은 프리미엄급으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맛있는 우유 속의 딸기 과즙(매일)''우유 속 진짜 딸기 과즙 듬뿍(남양)''딸기맛 우유(빙그레)'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우유도 '메론맛 우유'를 선보인 데 이어 올 3월께 생과즙 우유를 내놓을 예정이다. 빙그레의 경우 지난해 흰 우유의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7.9% 감소했으나 가공우유는 24%나 증가한 1천43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 성장경(成壯慶)상무는 "유지방 함량이 많은 흰 우유 마시기를 꺼리는 젊은 여성을 겨냥한 제품까지 개발할 정도로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용량과 포장을 다양하게 하는 패키지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생존전략의 하나다. 이전에는 우유팩 용량이 2백.5백.1천㎖였으나 최근에는 1백80.2백40.3백10㎖ 등으로 다양해졌다. 포장도 우유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화려하게 만드는 추세다.

일부 업체는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전체 매출액 가운데 음료 비중을 지난해보다 4%포인트 높은 10%로 잡고 있다. 매일유업도 '음료 제품을 시장에 정착시키는 해'로 정했다. 우유 소비 감소에 대비해 위험 분산에 나선 것이다.

김상우 기자

<바로잡습니다>
◇1월 6일자 E7면의 산업탐구 기사 중 최근 3년 새 우유생산을 포기한 기업으로 거명된 건국우유를 ㈜건국우유로 바로잡습니다.

현재 '건국우유'라는 상표의 우유는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건국유업이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건국유업은 문을 닫은 ㈜건국우유를 2001년 흡수.통합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