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 성공을 가꾸는 사람들(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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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서양축구팬들에게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널리 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로부터 2002년 월드컵 개막식 연출자로 선정된 연극연출가 손진책(54.극단 미추 대표)씨. 그는 지난 96년 우리나라 연극의 본산인 대학로를 떠나 의정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극장, 사무실, 가정집 등이 딸린 3층짜리 초록색 건물을 지어 놓고 연극연출에만 전념해 왔다.

하지만 최근 월드컵조직위로부터 개막실 총연출을 맡아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제안을 받은 손씨는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라 세계가 하나되는 지구촌 문화행사라는 견해에 공감, 선뜻 중책을 맡게 되었다.

또 그동안 주로 서양에서만 월드컵이 개최된 관계로 세계 축구팬들이 동양의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동양과 한국의 문화예술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큰 작용을 했다.

손씨는 한국예술을 재창조해 연극무대에 올리는데 잔뼈가 굵은 정통 연극연출가. 지난 69년 서라벌예대 졸업후 74년 '서울말뚝이'로 연출가의 대열에 합류한 그는 86년 극단 '미추' 창단 후 '오장군의 발톱', '남사당의 하늘'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98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서울연극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모 방송사에서 매년 주관하는 마당놀이를 20여년간 연출해왔다.

손씨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성과와 연극무대를 통해 시도해 온 첨단기술과 예술의 접목 등 모든 역량을 발휘, 개막식에 예술,축구,첨단을 잘결합시켜 한국 예술을 세계의 예술로 끌어 올린다는 포부다.

또 88서울올림픽에서는 서울시가 개최한 한강축제 전야제와 제주도 성화 도착행사 등을 직접 연출한 바 있어 스포츠 관련 문화행사 연출에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최근에는 400여년전 일본으로 잡혀간 한국 도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히바카리-400년의 초상」을 일본측과 공동으로 제작해 양국 동시 상연을 앞두고 있기도하다.

월드컵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손씨는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처럼 훌륭한 개막식을 선 보일 것이라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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