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후보 우후죽순 … 보수는 오리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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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초·중·고생 126만 명의 교육을 책임진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교육감직 상실에 따른 이번 재선거의 후보는 ‘사실상 대선후보 러닝메이트’로 불릴 정도로 관심이 크다. 새 교육감은 선거 다음 날인 12월 20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1년6개월이 임기다. 서울의 유치원과 초·중·고 2206곳과 교원 8만 명, 연간 7조6000억원의 예산을 맡게 된다.

 이번 선거전도 보수진영과 친(親)전교조 성향의 진보진영으로 나뉘는 형국이다. ‘곽노현 지우기’와 ‘곽노현 계승’ 이념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두 진영의 양상은 다르다. 보수 측은 이전 선거처럼 후보 10여 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공식적인 출마행사를 가진 이는 23일 현재 없다. 반면 진보진영은 이날 공식 출마 선언자가 나왔다.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임 교육감과 혁신교육을 계승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강정구 동국대 교수,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곽 전 교육감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순재 서울시교육연수원장도 원장직을 사퇴하고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부영 전 서울시 교육위원,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의 추대를 받은 김윤자(국제경제학) 한신대 교수도 경선에 등록했다. 민주노총서울본부, 참교육학부모회 등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한 ‘2012 민주진보진영 서울교육감 추대위원회(추대위)’는 시민 참여 경선과 여론조사를 일대일로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다음 달 4일 단일 후보를 선출한다.

 반면 보수진영의 움직임은 더디다. 최명복(무소속) 서울시의회 교육의원과 이규석 전 교과부 학교지원본부장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을 뿐 나머지 10여 명은 하마평만 무성하고 공식 입장이 없다. 여기엔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50여 개 보수단체가 결성한 ‘좋은 교육감 추대시민회의’(시민회의)는 24일까지 단일 후보 심사에 참여할 인사로부터 등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투표 등을 배제하고 후보의 자질 검증을 통한 추대 방식을 놓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최명복 의원 측은 “지지층 의사를 묻지도 않고 원로들의 서류 심사로 정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단일화 추진 주체에 대한 갈등도 있다. 한국교총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 인사들은 ‘선택 1219 올바른 교육감 추대를 위한 교육계 원로회의(원로회의)’를 16일 출범했다. 원로회의 관계자는 “보수 측 단일후보 논의에 초·중등 교육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단일화 방안을 마련해 시민회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회의 관계자는 “일부 소모임 성격인 원로회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영(부교육감) 서울시 교육감 권한대행의 애매한 입장도 논란이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자율화와 혁신학교 확대 중단 등 ‘곽노현 지우기’에 적극 나서 보수 측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출마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교 교장은 “대선과 겹쳐 관심이 높은데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이념 대결이 재현돼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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