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본으로 읽는 톨스토이의 대작

중앙일보

입력

'톨스토이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의 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 의 소설들은 역사.사회성과 함께 삶의 묵직한 철학적 깊이 때문에 최고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작품 중 최대 대작인 『전쟁과 평화』 최초의 판본으로 복원된 텍스트를 최근 번역한 책이다.

1862년 결혼한 톨스토이는 그의 영지인 남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전쟁과 평화』 집필에 전념, 1866년에 탈고한다.

그러나 출판이 거절되자 2년여 동안 수정.추가 작업을 거쳐 탄생한 것이 지금까지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전쟁과 평화』다.

때문에 톨스토이 연구자들은 출판사 편집자와 그의 부인 소피아 안드레예브나의 조언과 편집에 의해 고쳐지기 이전의 작품 복원을 꿈꿔왔다.

톨스토이 박물관에서 일하던 문예학자 에벨리나 자이덴슈르는 필체와 잉크색, 원고지 옆에 적은 날짜 등 톨스토이 원고를 수십년간 비교 분석, 1983년 첫 원고를 복원해 공개했다.

복원된 최초 판본의 원고 분량은 기존의 반.

수정작업에서 톨스토이는 작품의 줄거리와는 무관한 이상적.애국적 사상과 자신의 견해를 많이 집어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반으로 축약된 초판본 『전쟁과 평화』는 우선 읽기에 속도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전투 장면과 혼란스런 러시아 사회상이 훨씬 더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위대한 군사 지도자로 어느 정도 영웅적으로 그려지던 나폴레옹이 수정을 거쳐 철저한 적으로 부정되고 부상한 동료의 옷이나 군화를 벗겨내는 러시아 병사들의 몰인간성도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에서 퇴각까지를 리얼하게 그린 역사.전쟁소설이면서도 무수한 등장인물의 삶의 태도를 통해 어떤 삶이 훌륭한 삶인가라는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는 작품이 『전쟁과 평화』.

때문에 이 작품은 구한말 신문학 초창기부터 우리에게도 소개되며 한국문학과 독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10여개 출판사에서 번역한 책들이 서점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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