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는 잊어주시라 ‘빅토르 안’ 금빛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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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표로 출전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쇼트트랙 월드컵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1분24초519로 우승을 차지했다. [캘거리(캐나다) AP=연합뉴스]

22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결승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곽윤기(23·서울시청)와 노진규(20·한국체대), 캐나다의 마이클 길데이(25)가 끊임없이 틈새를 노렸다. 하지만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인코스를 완벽히 장악한 선두를 쉽게 제칠 수 없었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는 러시아 대표팀의 빅토르 안(27)이었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안현수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로 귀화한 전 한국 국가대표팀 안현수가 제2의 쇼트트랙 인생을 열어젖혔다. 안현수는 결승에서 1분24초519로 우승했다. 2007년 ISU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 2차 레이스 금메달을 딴 후 5시즌 만에 첫 출전한 국제대회 우승이다. 안현수는 5000m 계주에서도 러시아 대표팀 최종 주자로 나서 한국(6분44초952)에 이어 은메달(6분45초124)을 따냈다.

 안현수는 김기훈-채지훈-김동성으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계보를 잇는 에이스였다. 200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종합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심석희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상처와 불운의 연속이었다. 2009년 1월 대표팀 훈련 도중 펜스에 부딪혀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이후 네 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전성기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게다가 대한빙상연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안현수는 러시아 연맹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여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만 생각한다”며 귀화했다.

 안현수의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은 승리를 뜻하는 ‘빅토리(Victory)’와 비슷하다. 또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았던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처럼 러시아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안현수의 뜻이 담겨 있다. 그는 귀화 후 첫 출전한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러시아와 한국을 동시에 놀라게 했다.

 한국의 심석희(15·오륜중)는 여자 1000m 2차 레이스와 3000m계주 금메달을 휩쓸며 전날 1500m 우승을 합쳐 첫 출전한 성인 무대에서 3관왕에 올랐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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