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무차별' …빚독촉 해결사등 안가려

중앙일보

입력

대학생 金모(22.서울 D대3) 씨는 이달 초부터 이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당 2만원을 받고 채권추심회사에 출근, 카드빚 등을 연체한 채무자에게 전화해 빚 독촉을 하는 일이다.

채무자가 한창 일할 때인 오전 11시부터 퇴근시간 때까지 전화를 걸어 "빨리 빚을 갚아라. 그렇지 않으면 피곤해진다" 고 반협박조의 독촉을 한다.

본인 통화가 어려울 때는 심지어 직장 상사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당신 부하가 돈을 떼먹으려 한다" 고 하는 경우도 있다.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 돈만 되면 뭐든지 한다는 식의 '무차별 아르바이트' 가 성행하고 있다.

신체를 노출하는 성인방송에 여대생 IJ가 등장하는가 하면, 술집 호스티스로 나서는 등 도를 넘은 경우도 적지않다. 경기침체로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 유흥업소=방학이 되면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는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늘어난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강남 일대의 고급 유흥업소에는 학기 중에도 여대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방학이 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고 말했다.

강남의 룸살롱 업주는 "단골손님을 만들거나 팁을 많이 받기 위해 손님들에게 학생증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며 "요즘은 등록금 마련보다는 고급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구입하기 위해 업소에 출입하는 학생이 많다" 고 말했다.

최근 열린 한 성인 인터넷방송 IJ 공모에는 20대 초반의 여대생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들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생방송으로 성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며 "이직률이 높긴 하지만 지원하는 여대생이 많기 때문에 인원공백은 없다" 고 말했다.

◇ 감시 아르바이트=담배꽁초 무단투기나 교통위반 신고는 보상금이 건당 최고 2만5천원에 달해 대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대학생 金모(23.서울 S대4) 씨는 요즘 서울 강남역.고속터미널 등지를 돌아다니며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차량들을 캠코더에 담는다.

강남 일대에만 金씨처럼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꾼' 으로 활동 중인 대학생이 20여명에 달한다. 강남구 환경청소과 관계자는 "방학을 맞아 보상금 예산, 신고방법 등을 묻는 대학생들의 전화가 급증했다" 고 말했다.

◇ 대리 출석〓일부 학생은 다른 학생의 계절학기 강의에 출석해 돈을 받는 대리출석 아르바이트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달 한 인터넷 사이트의 구인란에는 자신의 계절학기 강의를 대신 수강해줄 사람을 찾는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조건은 '○○학번 남학생, 결석 엄금(嚴禁) , 급여는 추후 논의(20만원선) ' .

계절학기 수강생인 崔모(25.서울 H대3) 씨는 "주로 취업 준비생들이 졸업 학점만 따기 위해 대리출석자를 구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정현목.강병철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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