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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로스쿨, 학부에 설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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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형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9년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첫 졸업생 1500명이 법조인으로 진출했다. 로스쿨은 출범하면서 다양한 인적 구성의 전문적인 법조인 양성, 지역 거점대학의 활성화 등을 목표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후 여러 문제점이 노출돼 대안으로서 학부 형태의 로스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은 학부성적·법학적성시험(LEET)·영어점수 및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전형상 객관화된 앞의 세 요소 외에 면접과 기타 사항들이 외부의 눈으로 볼 때 선발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 면접 시 자교(自敎) 또는 명문대 학부 졸업 여부 등이 공공연히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외부에 비칠 수도 있고, 결과도 그렇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로스쿨 입학전형에는 면접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로스쿨 교육과정은 비법학사가 3년 동안 따라가기에는 벅차다. 현재 로스쿨은 입학생 중 상당수가 법학사이고, 법학사가 아닌 경우 사법시험 등 법학 유경험자가 많아 3년 과정으로 어느 정도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제대로 소화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지역의 우수 학생이 수도권에 집중된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한 뒤 지방 로스쿨에 재진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졸업 후 일자리 등을 고려해 지방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지방 로스쿨은 향후 성장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의과대학의 운영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방 의과대학들은 초기부터 능력 있는 지방 학생들을 수용해 지방에 기반을 둔 성장이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현실에 맞는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로스쿨을 학부에 둬야 한다. 미국에서의 법학교육은 대학원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구 국가는 학부에 이를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학력 실업과 고비용 교육비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치면 약 26세가 되는데 이때 다시 고비용의 로스쿨을 다닌다는 게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다. 더 나아가 고등학생의 수학능력시험을 기준으로 한 입시가 더 공정할 것이고, 지방 인재가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그 지방 학부 로스쿨에 더 많이 진학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비법학도의 법조인 양성은 편입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사람으로 하여금 법학을 하게 함으로써 전인적이고 전문적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는 일정 인원을 편입으로 충원하는 제도로 달성할 수 있다. 다만 편입은 현재처럼 결원을 보충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원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로 정하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법학 외의 다른 전공을 마친 편입생은 순수 법학만 하는 학생(4년)에 비해 2학년에 편입해 3년 정도의 법학 필수과목만 이수하여 졸업시키면 된다. 편입의 기준은 지금처럼 학부성적과 논리력을 테스트하는 적성검사를 치르게 하면 될 것이다.

 또 실무교육은 로스쿨 외의 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 영국의 로스쿨 학생은 3년간의 이론교육과 1년간의 실무교육으로 법조인 자격을 부여받고 각 분야의 2년간 연수[배리스터(barrister·법정변호사)인 경우 1년]를 마치면 정식 법조인이 된다. 우리의 경우도 현 사법연수원 체제를 유지하거나 변호사협회에서 주관해 변호사에게 필요한 실무교육(1년 내지 6개월)을 시키면 된다. 영국에서는 로스쿨에서 소송법조차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론적으로 로스쿨 도입이 원칙적으로 옳다면 그 형태는 현재의 미국식 로스쿨은 맞지 않고 차라리 학부에 이를 설치하고 있는 영국 방식이 한국의 실정에 보다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형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